대기오염 측정치 조작 여수산단 기업 '침통'…"깊이 사죄"

LG화학·한화케미칼 평소와 다름없이 가동
LG화학 "관련 시설 폐쇄", 한화케미칼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것"

"우리 회사가요? 설마요.확인해봐야겠네요"17일 오후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만난 한 직원은 산단 기업이 대기오염물질 측정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 물질 수치를 조작한 사실을 듣지 못한 듯 곧바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그는 관련 뉴스가 믿기지 않는 듯 재차 취재진에게 사실 여부를 물은 뒤 급하게 자리를 떴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이날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 황산화물 등의 배출량을 조작한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측정을 의뢰한 사업장 235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적발된 업체는 LG화학 여수화치공장과 한화케미칼 여수 1·2·3공장, 에스엔엔씨, 대한시멘트 광양태인공장, 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 6곳이다.

지역에서는 여수산단을 대표하는 대기업이 포함돼 충격을 줬지만,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은 평소와 다름없이 공장이 정상 가동되고 있었다.

LG화학 여수 화치공장 정문은 협력업체와 공장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였고, 인근에는 공장 증설을 위해 중장비가 쉴새 없이 오고 갔다.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이었지만, LG화학 여수화치공장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종일 사태 수습에 분주했다.

특히 환경부 발표 직후 신학철 대표이사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생산시설 폐쇄하기로 했다.

신 대표는 "해당 사안을 인지한 즉시 모든 저감 조치를 취해 현재는 법적 기준치 및 지역사회와 약속한 배출량을 지키고 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관련 생산시설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화케미칼 여수공장 역시 LG화학과 마찬가지로 평소와 다름없이 공장이 가동 중이었다.

공장 입구에서 만난 직원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질문에 '잘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한화케미칼도 환경부의 발표 자료를 토대로 자체 조사를 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한화케미칼은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건이 당사 사업장에서도 발생한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다만 적시된 공모 부분에 대해 담당자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고 공모에 대한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 앞으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일부 대기업과 업체의 사례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업체 관계자는 "오랫동안 관행처럼 대기오염 측정치가 조작됐다면, 다른 업체도 이런 사례가 많을 것"이라며 "철저한 수사와 대책 마련으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