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병원 "850억원 손실"…제주도에 손배소 제기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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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허가 취소 이후 어떻게
'투자자 - 국가 분쟁' 비화 가능성도
제주도는 소송대응 전담팀 꾸려

제주도가 이날 개설허가를 취소하면서 근거로 든 것은 의료법 64조다. 의료법 64조에는 개설 신고나 허가를 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제주도는 “작년 12월 5일 개원을 허가했는데 (병원이) 개원 기한인 3월 4일을 넘어서도 업무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녹지제주가 허가 취소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소송을 낼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향후 소송이 제기됐을 때 쟁점은 ‘개원 지연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다. 제주도는 작년 허가를 내주면서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조건부 개설 허가’를 냈다. “투자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이 붙었고, 이로 인해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게 녹지제주 측 입장이다. 제주도의 잘못으로 기간 내 병원을 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주도 측은 “내국인 진료가 사업계획상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제주도는 이날 “녹지병원이 낸 사업계획서에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국인 등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성형미용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의료기관’이라고 적혀 있다”며 “외국인을 주된 고객으로 하겠다고 해놓고 이를 이유로 개원하지 않는 것은 모순되는 태도”라고 발표했다.
녹지제주가 취소소송을 낸다면 지난 2월 낸 행정소송과 결론이 함께 날 가능성이 크다. 녹지제주는 2월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제주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공방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녹지제주는 병원 건립 공사비 778억원과 인건비, 관리비 76억원 등을 포함해 약 85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해왔다. 녹지제주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제도를 활용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중국 국유기업 뤼디그룹이 투자해 세운 녹지병원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적용 대상이다. 녹지제주는 지난달 청문에서 “도가 예상에도 없이 조건부 허가 처분을 내 한·중 FTA 투자협정으로 보호받고 있는 ‘투자자의 정당한 기대’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다만 제주도가 녹지 측과 협의해 병원 설비를 인수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시민단체들도 그동안 제주도가 녹지병원을 사들여 도립병원으로 운영하라고 요구해왔다. 제주도는 이날 “소송 등 법률 문제와 별도로 의료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하겠다”며 “제주헬스케어타운의 정상화 방안을 찾기 위해 녹지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