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호 나남 회장 "나무 가꾸며 지성만큼 귀중한 생명 알게 됐죠"

조상호 나남 회장의 출판 40년
신간 《숲에 산다》서 되돌아봐
40년 전 서울 공평동 고려대교우회관 한쪽에 뿌린 씨앗(나남출판사 창업)이 3500여 권의 책이란 열매를 맺었다.

조상호 나남출판 회장(69·사진)은 17일 서울 인사동 관훈클럽신영연구기금에서 열린 창립 4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책 속에서 내가 가지 못한 길을 가는 사람들의 땀 냄새에 취했다”며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고 책다운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자기암시로 견뎌낸 시간이었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조 회장은 출판 한길을 걸어온 40년 여정을 담은 《숲에 산다》를 창립기념일인 다음달 5일에 맞춰 출간한다.

나남은 《매스미디어와 사회》 《사회과학데이터분석법》 《커뮤니케이션론》 등 학술서와 버트런드 러셀의 《희망의 철학》,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등 다양한 사회과학서적 등으로 유명한 출판사다.

하지만 가장 많이 팔린 책은 2002년 완간판으로 나온 박경리의 《토지》다. 그는 “《토지》로 창업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판매 200만 부가 넘는 밀리언셀러를 경험할 수 있었다”며 “그 덕분에 회사가 안주할 건물을 마련하고 가난한 사회과학자들의 저서를 연이어 출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요즘 그는 한 주의 전반부는 출판사에서 신간 예정작의 초고를 읽고 손본다. 후반부는 나남수목원으로 간다. 그곳에서 반송과 자작나무숲을 가꾸고 있다. 그는 “정신적 안정을 위한 출구가 나무였다”며 “이제는 나남수목원에서 생명을 가꾸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큰 책’을 만드는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대가 변하고 출판계를 둘러싼 환경도 달라졌지만 ‘쉽게 팔리지는 않더라도 오래 팔리는 책을 내놓겠다’는 그의 생각엔 변함이 없다. “1년에 500권이라도 팔리는 책이 1000종이면 1년에 50만 권입니다. 어떤 길이든 길게 보고 가야 합니다. 걷다 보면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성취도 느끼죠. 나남이 걸어온 40년도 그러합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