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작은 카페서 탄생한 '세계 챔피언' 바리스타

김보라 기자의 알쓸커잡
(41)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 한국인 첫 우승
“마치 김연아가 올림픽 금메달 딴 것 같아요!”

한 주의 시작이 화려했습니다. 월요일 새벽 미국 보스턴에서 들려온 소식.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에서 한국인이 1등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WBC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바리스타 폴 바셋이 챔피언이 됐던 그 대회죠. 올해 챔피언은 부산 모모스커피에서 10여 년째 활동 중인 전주연 바리스타(왼쪽 세 번째)가 차지했습니다. 세 가지 의미에서 커피업계는 놀랐습니다. 숱한 남성 도전자들을 제치고 여성 바리스타가 한국인 최초로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는 것, 서울이 아니라 부산에서 나왔다는 것,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깨버리는 독창적인 커피 시연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는 것 때문입니다.1인당 연간 커피 377잔을 마시는 나라. WBC에서 우승자가 나왔다는 것은 이제 우리도 아주 높은 수준의 커피를 마시는 나라라는 걸 세계에 알린 겁니다. 전 바리스타는 2007년 부산 온천장 지역의 작은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시작한 모모스커피의 원년 멤버입니다. 이 회사는 일찍 스페셜티 커피에 집중했습니다. 인근 오래된 보신탕집을 개조해 카페로 꾸민 뒤 본격적으로 부산을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20대 초반이었던 전 바리스타는 이현기 모모스커피 대표 등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2~3년 차 때부터 세계 여러 지역을 돌며 원두감별사 등 각종 자격증을 땄고, 커피 산지를 돌며 농장들과의 직접 교류도 시작했습니다. 커피업계에서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으로 월드 챔피언이 탄생했다”고 평가합니다. ‘카페 알바’로 통칭되던 바리스타들은 이직률도 높고, 그만큼 장기적으로 전문성을 키워나가기 어려운 직업이었으니까요.

여성 바리스타 챔피언이라는 점도 의미 있습니다. 2000년부터 시작된 세계 최고 권위의 커피 대회 WBC에서 여성이 우승한 건 지난해 폴란드 여성 국가대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커피 주요 농장과 로스터리 등 커피 시장이 남성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2년 연속 여성 챔피언이 탄생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마지막으로 커피 전문가들이 감탄한 건 창의성입니다. 총 12잔의 커피 음료를 15분 안에 만드는 WBC의 경연 방식은 최근 몇 년 새 비슷한 패턴으로 굳어져 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전 바리스타는 고전적인 방식을 답습하지 않았습니다. 원두 속 ‘탄수화물’과 그로 인한 ‘단맛’에 집중하는 과학적인 방법을 규명해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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