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현수막 철거는 구청 업무" vs 구청 "잘못 떼었다간 집회방해죄 걸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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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되는 현수막 공해도심 한복판과 주택가 등에 무분별하게 내걸린 집회 및 시위용 현수막들이 방치되는 것은 경찰과 구청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일이 많아서다. 경찰은 “현수막 철거는 우리 업무가 아니다”는 입장이고, 구청은 “24시간 집회를 신고하면 현행법상 해당 집회용 현수막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철거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警 "집회신고 사전거부 불가능"
구청 "정치홍보물 처치 곤란"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현수막이 적법한 정치활동 및 노동운동을 위해 집회에서 사용되는 것이면 불법 광고물이 아니다. 시청 관계자는 “경찰에선 이익단체들이 24시간 집회를 하지 않는데도 신고만 하면 다 받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도 사전에 집회·시위 신고를 거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3자 법익(보행자 등)을 침해할 것으로 보이면 행정지도를 하거나 신고서 보완을 요구한다”며 “주최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신고하지 않은 집회는 6개월 이하 징역이나 5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 관계자는 “집회 신고를 받지 않으면 단체로 몰려와 항의하는 탓에 안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수막 제거를 강행했다가는 집회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집회방해죄가 적용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는다. 구청 관계자는 “24시간 집회를 신고해두면 현수막을 뗄 수 없다”며 “다만 보행도로를 점거하거나 시민들 입장에서 불편한 것이 있으면 행정 지도를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집회 및 시위용 현수막뿐 아니라 각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불법 홍보 현수막을 무분별하게 내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와 각 구청이 합동으로 철거한 정당 관련 불법 현수막은 2016년 305건, 2017년 810건, 2018년 1379건으로 급증했다.
시청 관계자는 “현수막 정비에 나서면 지역구 의원들이 해당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이나 담당 공무원에게 항의해 무조건 제거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지역구 의원 사무실은 정당법을 근거로 들어 현수막 철거를 거부하고 있다. 정당법에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광고 등을 이용해 홍보하는 행위는 보장돼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시청 관계자는 “무조건 현수막을 내걸어도 된다는 게 아니라 현행법 안에서 홍보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옥외광고물법을 어긴 정치인의 정책홍보물도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박진우/배태웅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