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수 파마리서치프로덕트 회장 "보톡스·필러 집중투자…에스테틱 기업 도약"

K바이오 프런티어

재생의학 분야 강자로 자리매김
지난 달 '리엔톡스' 수출 시작
피에르파브르·엘러간이 롤모델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지난해 제약·바이오 인수합병(M&A)업계에 숨은 강자가 등장했다. 파마리서치프로덕트다. 매출 600억원대 중소기업인 이 회사는 지난해 2월 아모레퍼시픽그룹 자회사 에스트라의 필러사업부문을 67억원에 인수했고, 두 달 뒤 보툴리눔 톡신 개발사 바이오씨앤디를 339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유닉스의 인공 콜라겐 기술 및 생산시설, 국내외 판권 등을 확보했다. 전방위 M&A 전략은 파마리서치프로덕트 창업자인 정상수 회장(사진)의 구상에서 비롯됐다. 정 회장은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도광양회’ 스타일의 경영자다. 올해부터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만큼 대외 행보도 확대하고 있다. 정 회장은 “프랑스 더마코스메틱 그룹인 피에르파브르와 미국 엘러간 같은 토털 에스테틱 컴퍼니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정 회장은 중앙대 약대를 졸업하고 대웅제약에서 글로벌 의약품 인허가 업무 전문가로 일하다가 1993년 의약품 인허가 컨설팅 회사인 파마리서치를 창업했다. 파마리서치는 국내 최초의 제약 허가 컨설팅 회사였다. 700여 개 품목의 인허가를 취득한 그는 2010년 의약품 유통업, 제조까지 발을 넓혔다.

정 회장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아이템을 찾는 데 주력했다. 프랑스 에스테틱 관련 학회에서 발표된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이라는 물질에 주목했다. PDRN은 손상 부위의 항염작용, 조직재생효과가 있어 피부 및 결합조직의 수복에 적합했다.당시 이탈리아 마스텔리는 양식 송어의 정액에서 최초로 PDRN을 발견해 제품화해 판매하고 있었다. 정 회장은 2008년 마스텔리의 제품을 국내에 수입하던 중 국산화 방법을 생각했다. 고향인 강원 강릉에서 잡히는 연어를 활용하면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다. 2008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연구를 시작했고, 국산 연어 정액의 DNA에서 유효물질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정 회장은 “유휴 자원인 연어 생식세포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경제적 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2014년에는 PDRN보다 분자량을 조금 더 크게 만든 PN(폴리뉴클레오티드)을 응용해 피부에 사용하는 의료기기인 리쥬란을 출시했다. 정 회장은 “리쥬란은 자연상태에서 추출한 물질을 사용해 보톡스나 필러와 차별화된 제품”이라며 “이물감과 부작용이 없고 피부의 회복 기능을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힐러’라 불린다”고 설명했다.

파마리서치프로덕트는 최근 관절강 주사 콘쥬란도 출시했다. 콘쥬란은 골관절 질환의 치료를 돕는 관절강 주사로 지난 1월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이 제품은 기존에 사용되던 기술인 히알루론산나트륨 또는 스테로이드를 이용한 관절강 주사에 비해 무릎 골관절염 환자가 겪는 통증 개선 및 관절 기능의 개선 효과가 더 큰 것으로 평가받았다. 지난달에는 강릉에 300억원을 투자해 1공장의 다섯 배 규모인 제2공장을 준공했다. 강릉공장은 1공장부터 연구생산동에 이르기까지 700억원이 투자됐다. 정 회장은 이를 기반으로 연매출 2000억원의 회사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올해는 보톡스와 필러 등 전통 에스테틱 분야에도 집중 투자한다. 보툴리눔 톡신 개발사 바이오씨앤디의 사명을 파마리서치바이오로 바꾸고 지난달부터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리엔톡스의 수출을 시작했다. 정 회장은 균주의 출처에 대해서는 “우리는 임상 승인 과정에서 균주 출처 등을 명확히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복제약 사업은 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반 발짝 앞서 있는 기술에 투자해 시장을 개척해왔다”며 “PDRN을 비롯해 재생의학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데 이어 토털에스테틱 컴퍼니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