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위안부 합의' 협상문서 공개, 한일 외교관계에 타격"

서울고법, '문서 공개' 1심 판결 뒤집고 "비공개 정당" 판단
2심 "위안부 문제 민감…일부만 공개되면 협의 전체 취지 왜곡 우려"
2015년 말 한국과 일본 사이에 발표된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협상 문서를 비공개한 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앞서 1심은 국민의 알 권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문서를 공개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문서를 공개할 경우 한일 외교 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고법 행정3부(문용선 부장판사)는 18일 송기호 변호사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송 변호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가 공개된다면 일본 측 입장에 관한 내용이 일본의 동의 없이 외부에 노출됨으로써 지금까지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쌓아온 외교적 신뢰 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뿐만 아니라, 양국 간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외교 관계의 긴장이 초래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재판부는 한일 양국이 미래에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협상 문서를 공개한다면 우리 정부의 신뢰성에 큰 흠결이 생겨 외교 교섭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국제 사회에서의 신뢰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비공개로 진행된 협의 내용을 공개하는 건 외교적,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될 우려가 크다"며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양국 사이에 민감한 사안인 만큼, 협의의 일부 내용만이 공개됨으로써 협의의 전체적인 취지가 왜곡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송 변호사는 한일 양국이 위안부 합의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일본군과 관헌의 강제연행 인정 문제를 논의한 문서를 공개하라며 2016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2017년 1월 송 변호사의 청구를 받아들여 해당 문서들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해당 문서를 비공개함으로써 보호할 수 있는 국가의 이익이 국민의 알 권리와 이를 충족해서 얻을 공익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당시 1심은 "12·28 위안부 피해자 합의로 이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되는 것이라면, 피해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은 일본 정부가 어떠한 이유로 사죄 및 지원을 하는지, 그 합의 과정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됐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은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한일 외교 당국 간의 과거 협의 내용을 날짜별로 자세히 소개하면서 그 내용까지 상세히 적시해 외교 관행 및 국제 예양을 저버린 전력도 있다"며 우리 정부가 해당 문서를 공개한다 해도 외교적 결례가 되지 않을 것이란 취지도 덧붙였다.
송 변호사는 이 같은 1심 판단이 뒤집힌 데 대해 "외교 관계라고 해서 모든 문서를 비공개해야 하는 건 아닌 만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상의해 상고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한 분이라도 살아계시는 한 일본이 강제연행이라는 역사적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일본이 강제연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하고 배상할 때까지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