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日 최장기 호황'은 '진행형'인가 '완료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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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경기회복이 중단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정재생상)
일본 정부가 18일 발표한 4월 월례경제보고에서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는 총괄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2012년 12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경기 회복세가 77개월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일본 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긴 경기 확장기라는 잠정적인 ‘공식판단’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경기에 대한 판단을 유지한 이유로 “고용과 소득 환경의 개선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현재 상황이 경기 확장 국면인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1년여 뒤에 공식적으로 이뤄집니다.하지만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입장과 달리 현재의 ‘최장기 호황’에 대한 일본 사회의 합의는 손쉽게 이뤄지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경기확장이 진행 중’이라는 정부 입장에 동의하는 시각과 ‘경기가 이미 수축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맞서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2차 세계대전 후 최장기 호황이 ‘진행형’인가 ‘완료형’인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현재의 일본 경기 상황에 대한 평가가 다른 것은 주요 경제지표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기 때문인 측면이 강합니다.
앞서 일본 내각부는 올 2월에 1월 경기동향지수 기조판단을 ‘제자리걸음’에서 ‘하방으로 국면 변화’로 표현을 바꿨습니다. 당시 중국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수출과 생산지표가 악화된 점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2014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하방으로 국면 변화’라는 문구가 등장했던 것입니다. 이어 지난달 월례경제보고에서 일본 정부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 중“이라는 총괄 판단은 유지하면서도 ”수출과 생산 일부에서 약점도 보인다“는 표현을 추가했습니다. 약점을 언급한 이 표현은 이달 월례경제보고에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들어갔습니다.일본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이 강한 아사히신문은 “이미 경기 침체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며 경기확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정부의 판단이 안일하다고 각을 세웠습니다. 17일 발표된 3월 무역통계에서 대(對)중국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9.4%나 줄어드는 등 중국 경기둔화 영향이 여전하다는 지적입니다. 올 들어 잇따르는 식료품가격 인상과 10월에 예정된 소비세 증세 등도 경기불안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경기동향 기조판단을 ‘하방으로 국면 변화’로 바꾼 뒤에는 경기가 ‘악화’되는 게 당연하다고 봤는데 기조판단이 바뀐 지 두 달이 되도록 경기후퇴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주장입니다. 이 같은 비판에는 각종 선거와 새 일왕 즉위 등을 앞두고 일본 정부가 실제 경기상황을 호도하고 있다는 시각이 기저에 깔려있습니다.
반면 최근 들어 나온 각종 경제관련 지표들은 비관적으로만 보기 힘들다는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부정적인 지표 못지않게 긍정적인 지표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15~17일에 3거래일 연속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의 엔화절상 압력 발언이 있었지만 외환시장에서 엔화 값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월간 경상수지 흑자는 올 2월까지 56개월 연속으로 이어졌고, 일본 내 개인 소비와 설비투자도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중국 경기가 반등할 동안 국내수요가 경기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게 정부 측 분석입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월례경제보고에서 국내 기업물가와 소비자 물가에 대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에서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로 표현을 변경했습니다. 글로벌 경기에 대한 판단도 “아시아와 유럽에서 약한 점이 보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로 3개월 연속 동결했습니다. 다쿠모리 아키요시 미쓰이스미토모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가 더 나빠지지 않는 형대로 전후 최장 경기확장 기간은 갱신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일본경제연구센터가 매월 실시하고 있는 경제여론조사에서도 중국발 경기둔화 위험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전문가 대상 조사에서 경기회복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중국경기 악화’를 꼽은 전문가는 1월 31명에서 4월 26명으로 줄었다는 설명입니다. 이달 초 일본은행(BOJ)이 발표한 3월 전국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에서 제조대기업의 업황판단지수(DI)가 지난해 말 조사 때보다 악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기업의 체감경기에 대해 ‘좋다’고 응답한 기업수가 ‘나쁘다’고 응답한 기업수를 웃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이처럼 현재의 일본 경제상황을 한마디로 잘라 표현하기 힘든 상황이다 보니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단언하기도 어렵고, ‘경기후퇴가 시작됐다’고 강조하기도 어정쩡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지 여부는 내년 이맘 때쯤 돼야 최종적으로 확인될 듯합니다. 현재로선 경기상황에 대한 판단은 ‘안개 속’을 걷고 있는 듯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일본 정부가 18일 발표한 4월 월례경제보고에서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는 총괄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2012년 12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경기 회복세가 77개월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일본 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긴 경기 확장기라는 잠정적인 ‘공식판단’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경기에 대한 판단을 유지한 이유로 “고용과 소득 환경의 개선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현재 상황이 경기 확장 국면인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1년여 뒤에 공식적으로 이뤄집니다.하지만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입장과 달리 현재의 ‘최장기 호황’에 대한 일본 사회의 합의는 손쉽게 이뤄지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경기확장이 진행 중’이라는 정부 입장에 동의하는 시각과 ‘경기가 이미 수축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맞서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2차 세계대전 후 최장기 호황이 ‘진행형’인가 ‘완료형’인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현재의 일본 경기 상황에 대한 평가가 다른 것은 주요 경제지표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기 때문인 측면이 강합니다.
앞서 일본 내각부는 올 2월에 1월 경기동향지수 기조판단을 ‘제자리걸음’에서 ‘하방으로 국면 변화’로 표현을 바꿨습니다. 당시 중국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수출과 생산지표가 악화된 점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2014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하방으로 국면 변화’라는 문구가 등장했던 것입니다. 이어 지난달 월례경제보고에서 일본 정부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 중“이라는 총괄 판단은 유지하면서도 ”수출과 생산 일부에서 약점도 보인다“는 표현을 추가했습니다. 약점을 언급한 이 표현은 이달 월례경제보고에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들어갔습니다.일본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이 강한 아사히신문은 “이미 경기 침체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며 경기확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정부의 판단이 안일하다고 각을 세웠습니다. 17일 발표된 3월 무역통계에서 대(對)중국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9.4%나 줄어드는 등 중국 경기둔화 영향이 여전하다는 지적입니다. 올 들어 잇따르는 식료품가격 인상과 10월에 예정된 소비세 증세 등도 경기불안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경기동향 기조판단을 ‘하방으로 국면 변화’로 바꾼 뒤에는 경기가 ‘악화’되는 게 당연하다고 봤는데 기조판단이 바뀐 지 두 달이 되도록 경기후퇴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주장입니다. 이 같은 비판에는 각종 선거와 새 일왕 즉위 등을 앞두고 일본 정부가 실제 경기상황을 호도하고 있다는 시각이 기저에 깔려있습니다.
반면 최근 들어 나온 각종 경제관련 지표들은 비관적으로만 보기 힘들다는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부정적인 지표 못지않게 긍정적인 지표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15~17일에 3거래일 연속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의 엔화절상 압력 발언이 있었지만 외환시장에서 엔화 값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월간 경상수지 흑자는 올 2월까지 56개월 연속으로 이어졌고, 일본 내 개인 소비와 설비투자도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중국 경기가 반등할 동안 국내수요가 경기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게 정부 측 분석입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월례경제보고에서 국내 기업물가와 소비자 물가에 대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에서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로 표현을 변경했습니다. 글로벌 경기에 대한 판단도 “아시아와 유럽에서 약한 점이 보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로 3개월 연속 동결했습니다. 다쿠모리 아키요시 미쓰이스미토모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가 더 나빠지지 않는 형대로 전후 최장 경기확장 기간은 갱신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일본경제연구센터가 매월 실시하고 있는 경제여론조사에서도 중국발 경기둔화 위험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전문가 대상 조사에서 경기회복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중국경기 악화’를 꼽은 전문가는 1월 31명에서 4월 26명으로 줄었다는 설명입니다. 이달 초 일본은행(BOJ)이 발표한 3월 전국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에서 제조대기업의 업황판단지수(DI)가 지난해 말 조사 때보다 악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기업의 체감경기에 대해 ‘좋다’고 응답한 기업수가 ‘나쁘다’고 응답한 기업수를 웃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이처럼 현재의 일본 경제상황을 한마디로 잘라 표현하기 힘든 상황이다 보니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단언하기도 어렵고, ‘경기후퇴가 시작됐다’고 강조하기도 어정쩡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지 여부는 내년 이맘 때쯤 돼야 최종적으로 확인될 듯합니다. 현재로선 경기상황에 대한 판단은 ‘안개 속’을 걷고 있는 듯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