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반입시 출입제한"…엄격한 규정에 도서관 기피하는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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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왁자지껄#.지난달 서울대 도서관을 이용하던 재학생 이모씨(21)는 열람실에서 쫓겨날 뻔 했다. 커피를 열람실에서 마셨다는 이유로 도서관 직원에게 이용제한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중 신관에 해당하는 관정관 입구에는 ‘텀블러에 생수 이외 음료를 담고 있을 시 적발되면 제재한다’는 내용의 경고문이 붙어있다. ‘순찰 중인 경비원 또는 직원 요구 시 내용물 확인’이라는 문구도 붙어있다. 도서관 바닥에 카페트가 깔려있어 음료를 쏟으면 청소하기 어렵고 책상에 음료를 쏟고 가는 경우도 많아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는 게 도서관 관계자 설명이다.도서관 내 음료 반입 가능 여부는 대학마다 천차만별이다.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등의 대학은 뚜껑이 있는 용기라면 음료수 반입을 허용한다. 고려대 재학생 김모씨(26)는 “대부분 카페에서 사온 음료를 들고 다닌다”며 “음료 반입 규정이 있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대는 물 이외 음료 반입은 제한하고 있다. 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인 서울대 재학생 김모씨(25)는 “한창 집중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텀블러를 확인한다는 이유로 공부를 방해해 불쾌했다”고 토로했다.◆도서관 이용율 20대가 가장 낮아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대학가 풍경도 바뀌고 있다. 학교 대신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 카페에서 공부한다는 홍모씨(21)는 “보통 커피를 허용하는 곳은 어느 정도의 소음도 허용하는 편”이라며 “노트북을 이용해 공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교 도서관에선 타자 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라 주로 카페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평소 백색소음 콘텐츠를 유튜브로 즐겨 찾는다는 임모씨(23)는 “도서관과 달리 카페는 약간의 소음과 잔잔한 음악이 계속 들려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공간임대업계도 이런 트렌드에 발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서강대, 경희대 등 대학가에 위치한 공간임대업체 ‘커피랑도서관’은 한 지점당 최대 3000권의 책이 비치된 열람실을 갖추고 있다. 이 곳에선 음료를 자유롭게 마실 수도 있고, 약간의 소음도 허용된다. 커피랑 도서관은 지난해 65개던 지점 수를 1년 새 20개를 추가로 늘렸다. 서울대 인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샤로수길’ 주변에서도 개인 열람실을 갖추면서 음료를 제공하는 공간임대업체나 카페들이 많다.
이에 따라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실시한 ‘도서관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대(41.8%)의 이용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30대(48.6%)는 물론 학교와 학원에서 교습이 이루어지는 10대(43.3%) 보다 낮은 수치다.◆도서관도 다양한 서비스 요구학생들 사이에서도 음료반입 금지 규정을 놓고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대 재학생 윤모씨(23)는 “취업 준비와 중간고사가 겹쳐 있는 4월에는 학생들이 예민해지는 기간이다보니 열람실에서 커피나 음료를 마시면서 내는 소리나 냄새 등에도 신경이 쓰이는 편”이라며 반입 불가를 주장했다. 다른 한 재학생은 “주변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일부 음료는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시대 흐름에 맞춰 공공 도서관도 이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서비스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열람실에서 음료를 섭취할 수 없다면 흡연실처럼 음료를 마실 수 있거나 노트북을 쓸 수 있는 별도 공간이라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미국인 A씨는 “미국에서는 열람실별로 ‘콜드푸드존’을 따로 두는데 이 곳은 무조건 음료 반입만 제한하니 이용하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