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별세에 동교동계 '침통'…"고문없는 곳에서 영면하길"

"DJ의 믿음직한 맏아들이자 정치적 동지"…동교동계 내일 조문
측근들, 충격 우려에 이희호 여사에 소식 함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이 20일 갑작스럽게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동교동계는 고인의 명복을 빌며 침통한 분위기를 보였다.특히 김 전 대통령과 함께 군사 독재정권과 맞서 싸웠던 고인이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당시 받은 고문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얻어 오랫동안 병마와 싸워왔던 터라 그의 타계를 더욱 안타까워하는 모습이다.

김 전 대통령 측근이자, 김 전 의원이 국회의원을 지낸 목포를 지역구로 둔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의원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도 위로를 드린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김 전 대통령 장남이자 정치적 동지인 고인은 민주화 운동과 평화통일 운동에 헌신했고, 군사정권 고문 후유증으로 투병했다"며 "하늘나라에 가서 부모를 만나 한반도 평화통일과 고문 없는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에게 지혜를 주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평화당 최경환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홍일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믿음직한 맏아들이자, 고난의 시절을 함께한 든든한 동지"라고 추억했다.

최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자신 때문에 김 의원이 고통을 겪고 병을 얻었다고 안타까워했다"며 "김 전 대통령은 외부 일정을 마치고 동교동 자택으로 귀가하다가도 병석에 있는 아들이 걱정돼 차를 돌려 서교동의 김 전 의원 자택으로 향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하늘나라에서 김 전 대통령과 김홍일 의원이 만나 회한을 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박양수 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할 일이 많은 데도 몸과 마음이 꽁꽁 묶인 채 살았던 고인의 죽음에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

땅이 꺼지는 심정"이라며 "민주화 운동으로 고초를 겪으면서도 말 한마디 없이 묵묵했던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매주 화요일 동교동계가 함께 김 전 대통령 참배를 가는데 그때마다 함께 서 있어야 할 장남인 김 전 의원이 나오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하늘나라에 가서 아버님을 뵙고 평화롭게 살길 바란다"고 애도했다.이훈평 전 의원도 통화에서 "마음이 너무 많이 아프다"며 "고문으로 얻은 병으로 너무 오랫동안 고생을 해왔다.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화갑 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말 험한 세상을 함께 살았는데 가슴이 아프고 우울하다"며 "내란음모 사건 당시 끌려가 자신의 아버지가 공산주의자임을 시인하라는 강요 속에 고문을 받으며 자살까지 생각했을 정도로 고생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인을 "자신의 지역구 목포를 사랑한 정치인으로, 아주 대범하고 매사에 공정했다"며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지역 발전에 자시 자신을 헌신하려 했다"고 기억했다.

동교동계는 21일 빈소가 차려지는대로 조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가족들과 측근들은 이희호 여사가 충격에 빠질 것을 우려해 이 여사에게 아직 김 전 의원의 별세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올해 97세인 이 여사는 기력이 쇠해진 탓에 1달 전 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