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주인공이 된 듯…가장 영국스러운 스쿨백, 캠브릿지사첼
입력
수정
지면E10
명품의 향기딸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던 엄마가 생계를 위해 만든 가죽 책가방. 바로 영국 가죽 핸드백 브랜드 캠브릿지사첼 얘기다. 이 브랜드를 탄생시킨 창업자 줄리 딘은 2008년 여덟 살이던 딸이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자 사립학교로 전학시켰다. 두 아이를 같이 사립학교에 보내는 데 2만4000파운드(약 3400만원)나 들었다. 비싼 학비를 대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딘은 고민하던 중 금방 닳아버리는 책가방을 튼튼하게 제작하기로 했다. 형태를 잘 잡아주고 내구성이 강한 유럽산 소가죽으로 책가방을 디자인했다. 자본금은 600파운드(약 90만원). 자전거 그림과 캠브릿지사첼이라는 브랜드명을 합친 로고를 딘이 직접 그렸다. 가죽을 구해 바느질하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도맡아 했다. 100% 유럽산 소가죽으로 100% 수작업 제작하는 100% 영국산 가방으로 탄생했다. 가격은 10만~30만원대다.“튼튼하고 예쁜 가방을 누구나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딘 최고경영자(CEO)의 신념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캠브릿지사첼은 100% 영국 수작업을 고수한다. 브랜드 역사는 1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이 브랜드의 연매출은 1200만파운드(약 177억4000만원)를 기록했다.
스타들이 사랑한 英 ‘국민 가방’
브랜드스토리 (32) 캠브릿지사첼
사첼백 인기…명품 브랜드와 협업도캠브릿지사첼의 첫 제품은 당시 유행한 해리포터에서 영감을 받았다. 가장 영국스러운 느낌의 각진 사첼백을 선보였다. 딘 CEO는 ‘하루 300명에게 브랜드 알리기’를 목표로 잡았다. 블로거, 잡지사, 백화점 등에 계속 이메일을 보냈다. 샘플 제품도 꾸준히 보냈다. 1년 만에 유명 패션잡지 보그에 가방이 소개되자 1주일에 3개만 팔리던 가방이 100개 단위로 판매량이 늘었다.2010년엔 형광 색상의 사첼백을 뉴욕패션위크에 참가할 패션 블로거들에게 보냈다. 이들이 사첼백을 든 사진이 퍼지면서 주당 100개였던 판매량은 1만6000개로 급증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캠브릿지사첼을 ‘영국의 잇백(꼭 가져야 할 인기 가방)’으로 소개했다. 파리의 프렝탕백화점, 런던의 해러즈백화점 등 고급 백화점에도 입점하기 시작했다.
‘가장 영국스러운 핸드백’으로 자리잡은 캠브릿지사첼은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테일러 스위프트, 엠마 스톤, 알렉사 청, 레이디 가가 등 유명 연예인이 직접 구매해 들고 다녔다. ‘손잡이가 있는 학생 가방’을 뜻하는 사첼백뿐 아니라 바첼백, 포피백 등으로 제품군을 늘려나갔다.브랜드가 알려지면서 2010년엔 꼼데가르송, 2013년 비비안 웨스트우드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함께 협업(컬래버레이션)해서 핸드백을 내놓자는 것이었다. 그들의 디자인과 접목시킨 실버 골드 톤의 가방, 화려한 무늬를 넣은 가방은 한정 수량만 판매해 큰 인기를 끌었다.
쓸수록 길들여지는 가죽가방
캠브릿지사첼의 주문량이 급증하자 큰 공장이 필요해졌다. 런던에서 가까운 미드랜드에 공장을 세워 수작업이 가능한 영국 장인들을 고용했다. 그러자 영국 왕실에서 ‘영국을 널리 알린 사업가’에게 주는 훈장을 준다고 했다. 2014년 엘리자베스 여왕이 딘 CEO를 만나 직접 ‘대영제국 장교 훈장’을 수여했다. 2015년엔 남성을 위한 서류가방 라인을 선보였고 2017년엔 명품 자전거 브랜드 브롬톤과 협업해 자전거에 달 수 있는 핸드백을 내놓기도 했다.
캠브릿지사첼의 모든 가방은 지금도 100% 유럽산 천연 소가죽을 사용한다.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처음 단계인 디자인부터 마지막 단계인 포장까지 영국에서 완성된다. 가죽을 자르고 바느질하고 마감 작업을 한 뒤 제품 검수를 거쳐 포장, 발송한다.
캠브릿지사첼이 사용하는 소가죽은 처음엔 딱딱한 느낌이지만 사용할수록 손때가 묻으면서 자연스럽게 사용자에 맞게 길들여지는 매력이 있다. 당연히 내구성은 강하고 수납 공간도 넉넉하다. 가죽 소재와 잘 어울리는 짙은 브라운, 카멜, 블랙, 그린 같은 계열이 가장 인기가 많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