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평생직업교육, 전문대학이 답이다

이기우 <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gwlee@jeiu.ac.kr >
요즘 교정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의 구성이 예전과 다름을 느낀다. 한눈에 봐도 다소 나이가 많아 보이는 성인학습자들이 늘고 있다. 전문대학 성인학습자 증가 현상은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신입생 중 26세 이상 성인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6년 8.5%, 2017년 9.1%에서 2018년 9.5%까지 높아졌다.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10명 중 1명은 성인학습자라 할 수 있다. 일반대학의 성인입학자 비중이 1% 수준임을 고려할 때, 전문대학의 성인입학자 비중이 10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에도 불구하고 성인학습자들이 전문대학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자리와 자신의 또 다른 적성 찾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대학의 명성보다 취업 가능성과 새로운 삶의 설계를 위해 전문대학을 선택하고 있다. 세상물정 잘 아는 성인학습자들이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다.대학들은 내년부터 입학정원이 고교졸업자보다 더 많은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된다. 이론과 학문을 추구하는 일반대학이든, 직업교육을 지향하는 전문대학이든 생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구조조정과 혁신을 외치고 있다. 전문대학의 고민은 더욱 깊다. 직업교육에 대한 편견이 여전하고 오랜 기간 잘 키워놓은 보건·뷰티 등 직업교육 분야 학과를 일반대학이 모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대학 성장의 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일자리와 산업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기존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다. 직업의 수명도 짧아지고 있다. 평균 기대수명도 늘어 100세 시대가 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일자리 환경에 적응하고 인생 2, 3모작을 준비해야 하는 평생직업능력 개발이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학이 저출산·고령화, 4차 산업혁명 같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와 요구를 제대로 담아내야 한다. 이에 전문대학은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서 교육 대상과 영역을 확장해 생애주기별 직업교육을 책임지고자 한다. 평생직업교육대학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평생교육과 직업교육을 수용해 일반대학과 다른 교육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다. 이는 일반대학과의 역할분담론이며 전문대학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길이기도 하다.

전문대학의 이런 변화는 학습자들에게 급격한 변화에 대한 수용성과 탄력성 그리고 평생 고용을 유지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국가적으로는 고용률 향상과 구조화된 저성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의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