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코미디 같은 혁신성장 홍보
입력
수정
지면A34
김남영 IT과학부 기자 nykim@hankyung.com이런 코미디가 또 있을까. ‘혁신성장포털’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혁신성장 정책을 홍보하는 창구다. 혁신성장 개념과 필요성부터 관련 정책의 추진 방향과 현황까지 알린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8월 이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주 포털의 얼굴인 메인 페이지 이미지 일부가 두 번이나 바뀌는 촌극이 벌어졌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개발해 판매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가 약 8개월간 한국의 혁신제품인 양 이미지로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제보를 받고 이를 지적하자 기재부 측은 처음엔 일본 로봇인지 몰랐다는 듯 반응했다. “외주업체에 맡겨서 제작했다. 여기(이미지)에 엄청나게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은 아니니까…”라고 변명했다.
그러고선 찝찝했는지 페퍼 이미지를 슬그머니 교체했다.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토룩, 중소기업 유진로봇 등이 선보인 토종 로봇이 꽤 많은데 찾아볼 궁리를 안 했거나, 존재조차 몰랐을 수 있다.
문제의 이미지에선 로봇과 함께 드론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드론 역시 국산이 아니었다. DJI 제품 이미지였다. DJI는 세계 상업용 드론시장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세계 1위 드론업체다. 다시 이를 지적하니 이번엔 중국 드론인 줄 몰랐단다. 이후 DJI 드론 이미지가 다른 드론 이미지로 교체됐음은 물론이다.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경제정책 3대 축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 달 전 ‘혁신성장의 차질 없는 추진을 통한 민간 일자리 확충’을 당부했다. 혁신성장 정책의 총사령탑은 기재부고, 홍보 채널이 혁신성장포털이다.
지난주 촌극은 한 가지 사실을 드러냈다. 일본, 중국 혁신제품과 국내 혁신제품조차 구분 못하는 기재부의 ‘실력’이다. 아니면 무관심이든가. 마치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독도를 일본식 다케시마로 표기하는 격이다.
혁신은 절대 거창한 구호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국내 기업들은 혁신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의 작은 실수라도 혁신기업들을 힘 빠지게 하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