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관객들 대작 공연 갈증 해소…시장 커지는 계기 될 것"

부산에 대형 뮤지컬공연장 연 설도권 클립서비스 대표

총 300억 투자 '드림씨어터' 개관
좌석수 1727석…국내 최대 규모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의 내부 전경.
국내 최대 규모의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가 지난 4일 문을 열었다. 극장이 자리한 곳은 뮤지컬 관람 수요가 많은 수도권이 아니다. 뮤지컬 불모지와 다름없던 부산이다. 개관한 지 약 2주가 흐른 지난 19일 찾은 이곳엔 뮤지컬 ‘라이온 킹’을 보러 온 관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열기는 공연 시작 2시간 전부터 느껴졌다. 많은 관객이 일찌감치 공연장을 찾아 유럽풍 디자인으로 꾸며진 건물 곳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공연을 기다렸다. 객석을 가득 메운 이들은 공연 중간중간 환호성을 쏟아내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드림씨어터를 설립한 공연기획사 클립서비스의 설도권 대표는 “부산은 명실상부한 ‘제2의 도시’지만 서울이나 대구만큼 좋은 뮤지컬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며 “드림씨어터 개관이 부산·경남권을 포함한 지방 관객의 공연 갈증을 해소하고 뮤지컬 시장의 외연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도권 클립서비스 대표
‘킬러 콘텐츠’ 유통엔 대형 공연장 필수

총 300억원을 투자한 드림씨어터는 부산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의 복합몰 지상 3~5층(객석 기준)에 자리 잡았다. 좌석 수는 객석 1~3층을 합쳐 1727석. 서울에서 가장 큰 뮤지컬 전용극장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보다 상설 좌석 수 기준으로 30여 석 더 많다.

설 대표가 친형인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와 함께 부산에 대규모 공연장을 설립한 것은 국내 뮤지컬 시장의 정체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이다. 한국 뮤지컬 시장은 2000년대 들어 급성장했으나 2015년 이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설 대표는 그 원인을 킬러 콘텐츠의 유통 문제로 보고 있다. “국내에 상연되는 뮤지컬 작품 수는 많지만 보고 싶은 공연이 별로 없는 겁니다. 킬러 콘텐츠가 없는 건 아니지만 장기간 공연할 수 있는 전용극장이 부족한 탓입니다. 제대로 유통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죠.”공연 유통의 핵심은 공연장이다. ‘라이온 킹’ ‘오페라의 유령’ 등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의 대표작을 국내 무대에 올리기 위해선 대형 공연장이 필수다. 하지만 국내엔 장기간 대관할 수 있는 대형 공연장이 드물다. 그는 “예를 들어 ‘서울에서 20주, 대구 10주, 부산 10주’ 식으로 국내 장기 투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드림씨어터 개관으로 지방의 잠재 수요를 충족시키고 대작의 장기 투어가 가능해져 시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작 구현할 설비에 집중 투자

킬러 콘텐츠 유치를 위해선 객석 규모뿐만 아니라 무대 시설과 공연장 구조도 중요하다. 설 대표는 특히 음향 시설을 강조했다. “좋은 공연장은 곧 좋은 소리를 내는 곳입니다. 3층에 앉은 사람들도 1, 2층에 못지않게 훌륭한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객석 숨겨진 곳곳에 스피커를 설치하고, 층마다 흡음막도 넣었습니다.” 실제로 ‘라이온 킹’ 공연을 3층에서 관람해 보니 서울 주요 공연장에 비해 소리 전달이 뚜렷하고 울림도 적절했다.최고 속도 분당 108m로 움직이는 전동 플라잉 시스템(무대 조명, 세트, 스피커 등을 거는 배튼을 움직이는 장치) 등 속도감 있고 스펙터클한 연출에 필요한 무대 장치도 구비했다. 드림씨어터는 개관작 ‘라이온 킹’을 시작으로 올해 ‘스쿨 오브 락’과 ‘오페라의 유령’을 잇달아 선보인다. ‘라이온 킹’에선 거대한 사바나 초원을, ‘스쿨 오브 락’에선 강렬한 록 사운드를 구현해야 한다. ‘오페라의 유령’에선 1t에 달하는 샹들리에가 곤두박질친다. 설 대표는 “관객들에게 직접 보이진 않지만 이런 장면을 구현하는 데 중요한 무대 설비에 가장 많은 비용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드림씨어터에 연간 200회 이상의 공연을 올려 45%의 가동률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후엔 연간 350회, 70% 이상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일본, 중국 등 해외 관객 유치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설 대표는 “부산이 일본과 가깝기 때문에 일본인 관객이 많이 찾을 것 같다”며 “부산시, 관광공사 등과 긴밀하게 협업해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