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김정은에게 전할 트럼프 메시지 갖고 있다"

美 CNN 보도

"긍정적 상황 이어질 내용 포함"
靑 "4차 남북회담 열리면 전달"

< 文대통령, 해외 독립유공자 유해봉환 > 첫 주관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카자흐스탄 누르술탄국제공항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황운정(왼쪽 영정)·계봉우 지사 유해 봉환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CNN은 지난 19일 복수의 한국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메시지에는 현재 방침에 중요한 내용과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전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어떻게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메시지 전달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4차 남북한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서 미·북 톱다운 협상의 동력을 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시사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의 여건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구체적이고 실질적 논의를 할 수 있기 바란다”며 4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제안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북한에선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연일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미국 측 카운터파트를 깎아내리는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곁에서 대북 강경파들을 떼어 내려는 전략으로 해석되지만, 미국 측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20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향해 “사리분별 없이 말하면 당신네한테 좋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전날 볼턴 보좌관이 ‘3차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무엇을 보기를 원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을 했다는 진정한 징후”라고 답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최 부상은 볼턴 발언에 대해 “제3차 수뇌(정상)회담과 관련한 조·미(북·미) 수뇌분들의 의사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나온 것인지, 아니면 제딴에 유머적인 감각을 살려서 말을 하느라 빗나갔는지, 어쨌든 내게는 매력 없이 들리고 멍청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북 3차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접촉이 오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의도로 해석했다.

북한은 지난 18일에는 “일이 될 만하다가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가곤 한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협상 창구에서 교체할 것을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내가 북한 협상팀을 계속 이끌 것”이라며 북한 요구를 일축한 데 이어 “북한에 대한 모든 제재를 계속 시행하고 모든 국가가 이에 동참하도록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CNN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은 폼페이오와 볼턴이 (북한이 생각하는) 합의와 관련해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고,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확산방지국장을 지낸 에릭 브루어는 “폼페이오 장관에 대한 언급은 북한의 통상적인 엄포”라고 평가했다. 또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의 틈을 벌리려고 애써왔다”고 덧붙였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베트남 하노이 ‘노딜’ 이후 새로운 회담으로 가기 전 북·미가 기싸움을 하고 있다”며 “한국이 인위적으로라도 틈을 만들어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