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상품 통합과세로 장기투자 유도해야"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금융 소득도 노후 준비 성격
과세체계 개편, 자본시장 키워야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현행 금융투자상품 과세체계는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흐르는 것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59·사진)은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산층의 자산 증식과 모험자본 투자 확대를 위해 하루빨리 과세체계를 선진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박 원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증권거래세 인하’ 조치에 대해서도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며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만 보더라도 거래세는 진작에 폐지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6월부터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시장 등 주식 거래시장별로 현행 0.3%인 증권거래세율을 각각 0.05%포인트, 0.2%포인트 인하하고 향후 추가 인하 또는 폐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박 원장은 “거래세를 없애고 양도소득 과세를 강화하면 거래량이 늘고 주식을 분산 투자하려는 개인투자자가 많아질 것”이라며 “한발 더 나아가 선진국처럼 손실이 발생했을 때 몇 년에 걸쳐 이월해주는 구조를 만들면 건전한 장기 투자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식뿐만 아니라 펀드 채권 파생금융상품 등 다른 금융투자상품끼리 이익과 손실을 상계해 순손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손익 통산 과세’도 시급하다는 게 박 원장의 시각이다. 지금은 포트폴리오 전체적으로 손실이 났더라도 특정 펀드 상품에서 이익을 봤다면 그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박 원장은 “현행 과세체계는 조세 형평성보다 세금 징수 편의성이 우선시돼 왔다”며 “금융소득을 불로소득으로 간주하는 부정적인 인식도 제도 개선을 막아온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화 사회에서는 금융소득이 국민의 노후 준비 성격을 갖는 만큼 근로소득만 정당하다는 논리는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원장은 “현재 한국 상장사의 회계 투명성은 세계 50위권에 불과하다”며 “이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고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지금보다 확대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박 원장은 장기 정체에 빠진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할 대책으로 진입과 퇴출의 유연성 제고를 꼽았다. 박 원장은 “시장 진입의 문턱을 과감하게 낮춰 벤처기업들에 자금을 공급하고 등록 유지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기업은 신속하게 퇴출시키면 코스닥시장의 역동성이 살아날 것”이라며 “다만 퇴출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박 원장은 ‘우물 안 개구리’에 갇혀 있는 국내 자산운용업계가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고 포트폴리오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현재 국내에서 설정된 펀드 가운데 해외 자산 투자 비중은 고작 25%에 불과하다는 게 박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도 저성장에 진입한 만큼 국내 자산운용사도 국제화를 통해 투자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며 “펀드매니저의 역량을 강화하는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