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눈덩이 적자' 쿠팡의 세 가지 숙제…핀테크가 해법 될까

현장에서

안재광 생활경제부 기자
소비자는 감동했다. 주문한 지 하루 만에 문앞에 오는 ‘로켓배송’은 중독성이 강했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기약 없이 기다리고, 아무렇게나 던져진 택배 상자를 보며 지친 사람들은 쿠팡에서 위안을 찾았다. 감동의 크기가 줄어들 때쯤 쿠팡은 새 버전을 준비했다. 밤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가져다 주는 ‘새벽배송’, 낮에 주문하면 오후까지 도착하는 ‘반나절배송’이다. 그것도 사실상 무료로 해 줬다.

쿠팡의 전략은 단순했다. 모든 기업이 흔히 외치는 ‘고객 감동’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온라인 쇼핑에선 배송이 방법이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놓쳤다. 기업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돈 버는 것과 사람 관리하는 일이 그것이다. 매출이 급격히 늘었어도 쿠팡의 지속 가능성을 의심스럽게 한 지점이다. 하지만 변화의 신호는 조금씩 보인다. 고객 감동에 치중하느라 뒤로 미룬 것을 하나씩 내놓고 있다.사업 영역 확장을 통한 이익 확대 움직임이 우선 나타나고 있다. 쿠팡은 곧 음식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쿠팡이츠’를 선보인다. 1000만 명이 넘는 쿠팡 회원(월 1회 이상 구매한 사용자), 지난 9년간 쌓인 이들의 구매 데이터가 ‘밑천’이다.

배달 사업을 통해 쿠팡이 노리는 것은 두 가지다. 쿠팡이 형성해 놓은 파트타임 배달 일자리 ‘쿠팡 플렉스’ 생태계를 활용하는 것, 또 하나는 간편 결제 시장의 확장이다. 특히 간편 결제는 쿠팡이 제2의 성장동력으로 꼽는 분야다. 쿠팡이츠에는 결제 수단으로 ‘쿠페이’가 쓰일 예정이다. 쿠페이는 로켓페이의 첫 외부 버전이다. 쿠팡에서 쓰는 로켓페이와 구분하기 위해 브랜드를 다르게 했다. 특허청에 쿠페이란 상호 출원도 했다. 로켓페이의 장점은 다른 ‘페이’와 달리 비밀번호, 지문 입력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구매 패턴을 분석해 부정 사용이 의심될 때만 비밀번호를 요구한다. 쿠팡 회원이 로켓배송만큼이나 편리하다고 여긴 혁신이 로켓페이였다.

이 시스템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 2014년 쿠팡에 합류한 정보람 각자 대표(41)다. 그는 지난 11일 쿠팡의 핀테크(금융기술) 부문 신규 대표로 선임됐다. 쿠팡이츠에서 외부 버전을 처음 시도해 본 뒤 본격적으로 다른 온라인 쇼핑몰, 오프라인 매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팬덤을 형성 중인 쿠팡 회원이 쓰기 시작하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에 견줄 만큼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사람도 챙기기 시작했다. 기존에 쿠팡의 인사관리 총괄은 늘 외국인이 맡아 왔다. 합리적이란 평가도 있었지만,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소리도 들어야 했다. 쿠팡맨들의 파업, 직원들의 집단 이직 등 여러 잡음도 있었다. 창업주 김범석 대표는 작년 하반기 경험 많은 한국인 인사 전문가를 영입했다. 정 대표와 함께 이번에 인사 담당 각자 대표로 선임된 고명주 대표(55)다. 고 대표는 하나로텔레콤, 하이트진로, GM 등의 대기업에서 인사와 조직문화 업무를 주로 했다. 2만4000여 명에 이르는 쿠팡 직원 관리에 적임자란 평가를 듣는다. 아직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이미지가 강한 쿠팡에서 고 대표는 보다 체계화된 인사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 탓에 쿠팡은 “곧 망한다”는 소리를 지겹게 들어야 했다. 쿠팡은 스스로 입증해 보여야 한다. 소비자를 계속 감동시키면서, 이익을 지속적으로 내고, 동시에 직원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