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호소 끝내 외면한 산안법

고용부, 시행령 입법예고
"작업중지 남발 우려"
산업현장 혼란 지속될 듯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비정규직 김용균 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28년 만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이 22일 입법예고됐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사업주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을 강화하고 위험작업에 대한 도급(하청) 제한 범위를 구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40일간 의견 수렴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은 우선 유해·위험작업의 사내 도급을 금지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 취지에 따라 ‘농도 1% 이상의 황산·불산·질산·염산 취급 설비를 개조·분해·해체·철거하는 작업’은 사전에 도급 승인을 받도록 했다.원청 사업주의 산재 책임 범위 확대와 관련해선 사업장 밖이라도 산재 책임을 져야 할 장소로 ‘추락·질식·화재·폭발·붕괴 등의 위험이 있는 22개 장소’를 지정했다.

하지만 법에 규정된 모호한 작업중지 명령 기준을 시행령으로 명확히 해달라는 산업현장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 55조는 ‘중대재해 발생 후 다시 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일부 작업중지, ‘붕괴, 화재·폭발, 물질 누출 등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해 주변으로 확산될 수 있는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전면 작업중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해 현장 감독관에 의한 작업중지 남발이 우려된다는 게 경영계의 호소였다.

또 작업중지를 해제하려면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심의위원 전원이 동의해야 한다는 규정도 신설돼 경영계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작업 중지로 해당 기업과 관련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준 작업중지 해제 결정의 지연 문제가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가 별도로 행정지침을 마련해 업계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이 밖에 개정안은 사업주의 안전책임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제조업은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 건설업은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1000개사에 대해 대표가 연초 안전보건계획을 수립해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백승현/김익환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