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개사, 대기오염 물질 측정 않고 배출"…환경부·기업은 반박

이정미 의원·녹색연합 "재조사해 법적 조치해야"…기업들 "사실 아니다"
환경부 "제시된 자료와 실제 배출은 달라…기업들 억울할 수 있어"
대기업을 포함한 39개 기업이 법 규정을 어기고 자가측정 절차 없이 일부 발암성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물론이고 주무 부처인 환경부도 이 같은 지적에 오류가 있다고 정면 반박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시민단체 녹색연합은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의원과 녹색연합은 사업장들이 실제로 배출하는 물질과 자가측정 대상 물질에 대한 자료를 환경부에서 받아 비교·분석했다.실제 배출 물질은 환경부 산하 화학물질안전원이 관리하는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시스템'(PRTR)상 통계를 활용해 파악했다.

이 PRTR상 통계를 인용한 것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이 기업들과 환경부의 반박이다.

이 의원과 녹색연합은 "비교·분석한 결과 실제로는 배출하지만 자가측정하고 있지 않은 특정 대기 유해물질이 있는 사업장은 2016년 기준으로 39개에 달했다"고 주장했다.39개 사업장에는 SK인천석유화학, LG화학 대산·여수공장, 금호석유화학 여수·울산공장, 롯데첨단소재,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여수·울산공장, 현대자동차 울산·아산공장 등 대기업이 여럿 포함됐다.

39개 사업장이 실제로 배출하지만 자가측정하지 않았다고 이 의원과 녹색연합이 지적한 대기오염 발암 물질은 1,2-디클로로에탄, 염화비닐, 트리클로로에틸렌, 스티렌, 벤젠 등이다.

자가측정하지 않은 사유는 ▲ 배출기준 미설정 ▲ 자가측정 면제 ▲ 임의로 누락 등이 꼽힌다.이 의원은 "정부의 관리 감독이 허술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기업을 전반적으로 재조사해 위반 업체에 대해 법적 조치를 조속히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각 사업장이 배출하는 물질을 정확히 파악해 전체 물질을 측정 의무화하고, 위법이 밝혀지면 사업장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이 의원과 녹색연합은 주장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 의원과 녹색연합이 인용한 PRTR과 실제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 제도는 다르기 때문에 PRTR을 토대로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사실상 기업들 손을 들어줬다.

PRTR은 공장 전체에서 1년간 배출할 수 있는 양을 이론적으로 계산해 환경부에 신고하는 제도로, 실제 측정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예로 PRTR상 벤젠이 1천㎏ 배출된다고 해도 저감율이 99.8%이면 실제 배출되는 양은 2㎏에 불과하다고 환경부 측은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설명자료를 통해 벤젠이 검출된 바 없으며 자료를 임의로 누락한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정면 반박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2012년 중유에서 친환경 청정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로 연료를 전환했다"며 "LNG에는 벤젠 성분이 없다.

따라서 법적 측정 의무가 없다.

임의로 누락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SK인천석유화학에 따르면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은 2014∼2016년 분기별로 SK인천석유화학 굴뚝에서 벤젠을 측정했다.

벤젠이 검출되지 않음에 따라 2017년부터는 측정을 중단했다.

실제로 SK인천석유화학이 제시한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시험성적서에는 벤젠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명시돼 있다.

롯데첨단소재도 "(이 의원실·녹색연합 자료 내용과 달리) 아연화합물, 염화수소, 페놀화합물, 1,3-부타디엔은 월 2회 측정하고 있다"며 "스티렌은 2020년부터 자가 측정 적용 항목"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 "우리 사업장은 환경부 법적기준을 준수하며 녹색성장을 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표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