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일촉즉발 '균열' 위기…'도미노 탈당' 현실화 촉각

이언주 '1호 탈당' 이어 바른정당계도 집단탈당 가능성
표결처리 강행에 분열 가시화…유승민 "당 진로 고심" 탈당 시사 관측
공수처 패스트트랙 키 쥔 오신환 주목…"수사권·기소권 분리는 정치적 소신"
바른미래당이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균열 위기'에 봉착했다.23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합의안을 '아슬아슬하게' 추인한 의원총회는 두쪽으로 갈라서며 분당(分黨) 상황을 방불케 하는 당내의 분열상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는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둘러싼 입장차를 넘어 그동안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지 못한 당내 계파들의 누적된 갈등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라는 점에서 당의 진로를 둘러싼 위기감이 크게 증폭되는 분위기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바른정당 출신의 유승민계와 국민의당 출신 안철수계, 그리고 민주평화당과의 당대당 통합을 요구하는 일부 호남 중진의원 등 3개 계파로 나뉜 상태다.당장 이언주 의원이 이날 오후 공식 탈당을 선언한 것이 앞으로 가속화될 당내 분화의 '전조'로 해석된다.

최근 자유한국당 입당설이 제기됐던 이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의 2중대, 3중대가 작당하여 선거법을 통과 처리한다는 것은 의회 폭거에 다름 아니다"라며 "당 내부에 이견이 있는데도 의총에서 상정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패스트트랙에 반대해 온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특히 당의 공동창업주이면서 바른정당계를 이끌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의사결정도 이렇게 1표 차 표결로 해야 하는 현실에 굉장히 자괴감이 든다.

앞으로 당의 진로에 대해서 동지들과 함께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손학규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내홍이 격화할 때도 말을 아껴왔던 점을 고려하면 유 의원의 이날 발언은 의미심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이에 상황에 따라서는 유 의원을 비롯한 일부 바른정당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집단탈당' 내지 '도미노 탈당'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이날 의총 직후 국회 인근에서 저녁을 함께 하며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탈당 등의 언급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허심탄회하게 각자 의견을 교환한 정도였다"며 "다들 애를 썼지만 당의 앞길이 답답하고 막막하다는 토로가 오갔다"고 전했다.
앞서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의총에서 패스트트랙 합의안이 추인되자 '과반 표결' 처리를 강행한 김관영 원내대표를 향해 "의회주의의 폭거를 자행했다"며 대놓고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의총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패스트트랙 추인 관련 표결을 3분의 2 동의로 할지, 과반 찬성으로 할지는 당무위원회 판단에 따르게 돼 있다"며 "오늘 표결 처리는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12대 11로 과반은 넘었지만, 강제성이 있는 당론 채택은 아니었다"며 패스스트랙 추인을 평가절하했다.
특히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오신환 의원은 표결 직전 패스트트랙에 태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관련, "나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를 주장해 왔고 이것은 나의 정치적 소신이라 곤혹스럽다"며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당론으로 정해주면 따르겠다.

그렇지 않으면 힘들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개특위 위원 구성상 오 의원 혼자만 반대해도 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 지정은 무산된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원내 지도부가 오 의원을 사개특위에서 사임시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유 의원은 이날 의총장에서 김 원내대표에게 "사개특위 사보임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고, 김 원내대표는 "그럴 계획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바른정당계 한 의원은 "만에 하나 원내 지도부가 오 의원을 사개특위에서 사임시킨다면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 안팎에서는 원내 지도부의 패스트트랙 처리 방식과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진퇴 논란이 서로 맞물리면서 당내 리더십이 와해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민의당 출신 안철수계 일부 인사들 중에서도 이날 합의안을 추인한 '과반 표결'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패스트트랙 여진은 당내 주요 기반인 안철수계로도 확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독일에 체류하는 안 전 의원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이태규 의원이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안철수계 대표 인사인 김철근 전 대변인은 "패스트트랙 추인을 과반 표결로 밀어붙인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패스트트랙 추인은 원천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