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신(新)실크로드를 개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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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평오 < KOTRA 사장 pokwon@kotra.or.kr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부터 7박8일 일정으로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3개국을 국빈 방문했다. 이번에 순방한 중앙아시아는 이름 그대로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에 있어 한국이 추진하는 신북방정책의 핵심 지역이다. 이번 방문국은 모두 풍부한 자원을 보유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 특히 글로벌 자원가격이 안정되면서 경제 회복도 본격화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순방은 신북방정책의 외연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중앙아시아는 본래 우리 민족과 인연이 깊다. 약 80년 전 옛 소련은 연해주에 거주하던 17만 명의 한인(고려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한인들은 역경을 헤쳐나가며 척박한 땅을 옥토로 가꿨다. 그중에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정착한 김병화는 여의도 면적의 9배에 달하는 집단농장을 조성해 쌀과 면화 재배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둬 소련 정부로부터 두 번이나 ‘노력영웅’ 칭호를 받았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중앙아시아 국가는 우리와의 협력에 적극적이고 한국인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다.KOTRA는 이번 순방과 연계해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서 각각 비즈니스 파트너십 행사를 열었다. 이들 행사에는 농업, 보건·의료, 기계·부품, 건설·환경, 소비재 등 분야에서 국내 기업 62곳과 바이어 262개사가 참가했다. 무엇보다 농업 관련 기업이 다수 참가해 한국형 스마트팜 및 농업 기자재 수출을 확대하는 기회가 됐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광활한 농토를 기반으로 농업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카자흐스탄은 2021년까지 약 86억달러를 투입하는 ‘농공단지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어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 스마트팜 분야의 진출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 KOTRA는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스마트팜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중앙아시아 국가는 자원 의존도를 낮추고 제조업을 육성하려는 경제정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기계장비, 보건·의료, 에너지·인프라 등의 분야에 한국이 강점을 지닌 ICT 및 제조기술을 결합한 상생협력모델을 추진해야 한다. 생산체제 구축을 위해 필요한 기계류 등에 한국 중소기업이 중심이 돼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을 전파하는 것도 효과가 클 것이다.
‘친구를 얻으려면 함께 길을 떠나라’는 카자흐스탄 속담이 있다. 중앙아시아는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이번 대통령 순방이 중앙아시아에 깃든 우리 선대들의 혼을 바탕으로 동반자 관계를 굳건히 하는 계기가 돼 상생과 번영의 미래를 열어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