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 기본권 보호 '갑론을박'…헌재는 고민 중

위헌 분쟁 '교통정리' 착수

기존 저작물 보호 강화 땐
학문·예술의 자유와 상충
법인 창작물 소유권도 논란
지식재산권(IP)도 헌법으로 보호받는 기본권이 될 수 있을까. 회사 직원이 만든 창작물은 기본권의 주체가 법인과 직원 개인 중 누가 될까. IP산업의 발달로 관련 분쟁이 늘어나는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교통정리’에 나선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 정책연구용역 심의위원회는 최근 올해 연구 주제를 ‘지식재산권의 헌법상 근거와 위헌심사방법’으로 정하고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헌재 관계자는 “정보기술(IT)산업이 발달하면서 헌재를 찾는 저작권 분쟁이 늘었다”며 “심판 과정에서 IP의 헌법상 근거를 명확하게 정립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법조계와 학계에선 IP를 별도의 새로운 기본권으로 봐야 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독일 등 선진국처럼 헌법에 IP를 명시해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존 저작물의 활용을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산업 발달을 해치고 헌법상 학문·예술의 자유 등 다른 기본권과 상충될 여지가 있다”는 반박도 만만찮다.

IP가 새로운 기본권으로 인정된다면 법인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는 회사와 직원 중 누가 가져가야 할 것인지도 쟁점이다. 헌재는 지난해 8월 한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한 뒤 퇴직해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회사를 차린 개발자가 이전 직장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하자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회사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헌재는 “업무상 저작물이 창작되는 실태를 살펴보면 여러 피고용자가 다양한 형태로 협업하는 구조라 창작자를 특정하기 쉽지 않다”며 “피고용자가 저작권을 행사할 경우 프로그램의 활발한 개량과 유통이 쉽지 않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당시 IP 창작에 기여하고도 권리를 부여받지 못할 경우 침해받은 기본권은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헌재는 오는 10월까지 기본권으로서 IP를 구체화하는 연구를 벌일 예정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