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조경직 공무원 200명 뽑게 된 사연

백승현 < 경제부 기자 argos@hankyung.com >
“아름답고 품격 있는 국토 경관 조성을 위해 2022년까지 조경(造景)직 공무원 200명을 선발할 예정입니다.”

23일 인사혁신처가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이다. 공무원 인사 총괄조직인 인사처가 특정직류, 그것도 조경직 공무원 선발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낸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인사처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말까지 5급(사무관) 2명을 포함해 총 22명의 조경직 국가공무원을 경력 채용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매년 60여 명씩 선발해 2022년까지 약 200명의 조경직 국가공무원을 뽑는다고 한다.

조경은 말 그대로 ‘경치를 아름답게 꾸미는 일’이다. 공원·녹지 조성 등 도시재생사업이 늘어남에 따라 조경 전문가 수요가 증가했고 일자리 창출도 고려했다는 것이 정부가 밝힌 정책 배경이다. 또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이 안 됐을 경우 도시공원을 해제해야 한다는 1999년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오는 7월 시행되는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필요성도 감안했다고 했다.

조경직 국가공무원은 산림청, 교육부 등 9개 부처에서 총 68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부분 정부기관 조경 관리나 산림조경 업무를 맡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원 조성 공사 등은 대부분 턴키(일괄수주) 방식이어서 정부 내에 별도의 조경 전문가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증원 계획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5일 조경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정부에 조경직 공무원 채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여섯 차례의 관계부처 및 전문가회의가 열렸다. 총리 발언 이후 채용계획 발표까지 불과 50일도 걸리지 않았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걸맞게 국토경관 조성 전문가를 키우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내 조경학 전공자가 1만 명, 조경업 종사자가 최대 15만 명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일자리 문제를 민간 시장이 아닌 정부 내에서 풀겠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공무원 1인당 평균 연봉은 6264만원(2018년 기준)이다. 200명이면 연간 125억28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