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주한美대사, 北에 '비핵화 근본결단' 돌직구 메시지

내퍼, '완전한 비핵화 근본적 결단' 北에 촉구…전날 해리스 발언과 동일 맥락
핵무기 포기 결단없인 '중간단계 합의' 어렵다는 기조…韓 중재외교에 시사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 장기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전·현직 주한미국대사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해리 해리스 현 주한 미국대사가 작년 7월 부임하기 전까지 약 1년 반 동안 주한대사 대리를 맡았던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 대행은 23일 서울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근본적인 결정이 전제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종류의 '딜'도 논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전날 해리스 대사는 한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민생 관련 대북 제재 해제를 맞바꾸자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북한의 제안을 '베리 배드 딜(very bad deal·매우 나쁜 합의)'로 표현하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결단을 촉구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이유가 북한의 소극적인 비핵화 결단에 있었음을 부각하면서, 합의를 위해서는 북한의 태도변화가 절대적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내퍼 대행과 해리스 대사는 또 한국 정부가 북미 사이의 중재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중간단계 합의' 또는 '점진적 접근'에 대해 "무엇인지 잘 모른다"(해리스),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내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두 사람 다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 전에는 제재 완화를 할 수 없다는 자국 정부 입장을 확인하는 전제 하에서 한미관계 이상설, 대북정책 불협화음설 등을 부인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비핵화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진입하면 제재 완화를 검토하자는 입장 하에 북미 중재안을 구상해왔지만, 이번에 전현직 미국대사는 '선 FFVD-후 제재 해제'에 한국도 이견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연 이틀 한국 기자들과 접촉한 전·현직 주한미국대사의 발언에서 감지되는 것은 우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에 대한 미국의 의문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폐기를 의미하는 비핵화 최종단계 상태(End state)를 받아들이기 거부하고, '영변 대(對) 민생 제재 해제'의 1단계 거래 수용 요구를 고수한 북한의 '하노이 해법'을 보며 비핵화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년전 4·27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정상 공동성명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를 명문화했지만 현 단계에서 미국은 그것을 '핵무기 포함 WMD 폐기 약속' 등으로 구체화해야 유의미한 후속 협상이 가능하다는 기조로 보인다.한국 정부가 구상중인 '중간단계 합의' 등 중재안에 대해 전현직 미국 대사가 '모른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도 결국은 핵무기 폐기를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 정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현직 미국 대사의 이 같은 반응은 정부의 '촉진자' 역할에도 시사점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핵화'가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 핵시설의 '검증된 폐기'를 포함해야 한다는데 대해 한미간에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다만 현단계에서 비핵화에 대해 미국은 '목표'를 강조하는 반면, 한국 정부는 '과정'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의지만 있다면 핵무기 폐기까지 조기에 진행할 수 있다고 보는 미국의 인식과, 어차피 비핵화의 구체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단계적 접근을 통해 북미간 신뢰 적립이 필요하다는 한국의 인식 사이에 일정한 거리가 존재하는 셈이다.

이런 인식의 차이 속에서 정부는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와 같은, 비핵화의 최종 목표지점에 대한 북미 합의 도출을 우선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합의는 포괄적으로, 그 이행은 단계적으로' 하자는 한국 정부의 중재 기조가 성공을 거두려면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의 명확한 정의에 합의하도록 유도하면서, 미국을 상대로는 비핵화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단계적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수용토록 설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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