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스탄 3국' 경제가 주는 교훈

김형호 타슈켄트/정치부 기자 chsan@hankyung.com
“한국을 경제 발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오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대통령궁. 단독 정상회담 때부터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투자유치 공세가 뜨거웠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방문 전 일정을 거의 함께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동방의 로마’로 불렸던 고도(古都) 사마르칸트까지 동행해 아프로시압박물관의 고구려 사신 벽화를 직접 설명하며 한국과의 남다른 인연도 강조했다.우즈베키스탄은 과거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한 5개 중앙아시아 국가의 맏형이다. 3240만 명의 인구 규모와 사마르칸트를 재건한 티무르 제국 등 역사에서도 가장 도드라진다. 하지만 경제 성적표는 맏형으로서 창피한 수준이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326달러. 옆 나라인 카자흐스탄(9977달러)의 7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7411달러를 기록한 이웃 투르크메니스탄에도 크게 뒤처진다. 1991년 소비에트연방 해체 후 나란히 독립국가로 출발한 ‘탄·탄·탄’ 3국이 28년 만에 경제적으로 완전히 다른 국가로 바뀐 셈이다.

카자흐스탄은 독립 초기부터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경제특구 설치 등 시장친화형 개방정책을 추구했다. 올해 중앙아시아 국가 최초로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은 2008년 새 헌법에 시장경제 도입을 명시하는 등 친시장정책으로 전환한 덕분에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우즈베키스탄은 상대적으로 폐쇄경제의 길을 택했다. 25년간 장기 집권한 초대 대통령이 자국 산업과 농업 보호를 우선시하는 정책을 펴면서 외국인 투자가 뒤처졌다. 현지에서 만난 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인구가 많고 잠재력도 크지만 외국 기업에 폐쇄적인 정책을 펴는 바람에 진출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다행히 2017년 집권한 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경제 발전 올인’ 전략을 펴고 있다. 경제 개방과 자유화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공격적 투자 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웃 국가에 뒤처진 경제 발전을 따라잡겠다는 절박함마저 느껴졌다. 중앙아시아 3개국의 경제 성적표는 성장 활력을 잃어가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