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무색한 '부동산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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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장 겸 건설부동산전문기자‘부동산 공시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정부가 해마다 새로 매기는 부동산 공시가격은 각종 복지수급을 비롯한 60여 가지 행정 목적에도 활용되는 국가적 통계 자료다. 이렇듯 중요한 자료인데도 매년 발표할 때마다 공정성 관련 시비가 반복된다. 국내 부동산 통계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방증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민망한 풍경이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단독주택, 토지, 공동주택(아파트) 등 세 가지로 매겨진다. 토지와 단독주택은 정부가 먼저 ‘표준주택과 표준지(표본물건)’를 선정하고 가격을 발표한다.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를 토대로 개별물건의 공시가격을 매긴다. 올해는 1월 24일 ‘표준단독주택 공시지가격’이 나왔고, 2월 12일엔 ‘표준지 공시지가격’이 공개됐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일부 고가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고무줄 산정’ 비판이 쏟아졌다.공시가격 체계 선진화 시급
국토교통부는 곧바로 서울 용산·종로·강남·마포·성동·서대문·동작·중구 등 8개 자치구의 개별 단독주택을 전수조사했다. 조사 결과 표준주택의 부적절한 선정, 개별주택 특성 간과, 공시가격 임의 수정 등 편법과 오류가 발견됐다. 고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일부러 낮게 책정해 세금이 줄어들게 해주는 등 지역 부유층과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됐다. 정부는 이들 자치구에 정정을 요구했다. 공동주택(아파트) 공시가격은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 국토부가 한국감정원을 통해 산정해서 결정한다. 조사 및 가격 책정은 한국감정원이 축적한 시세 데이터를 활용한다.
공시가격의 산정 과정에 공정성 문제가 매년 드러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이제 확실한 개선 작업에 나서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공시가격 산정 과정과 기준’ 전반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감사원에 국토부 공익감사까지 청구했다. 지자체와 지역주민 간 유착 적폐 근절도 시급하다고 지적한다.정부는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전부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산정 기준과 과정이 복잡한 데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는 ‘가치평가 요소’도 있어 전체를 공개하면 오히려 혼란만 야기된다는 것이다. 해외 대부분 선진국도 공시가격 체계 전반을 공개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공시가격 산정 기준과 내용 등의 공개는 해외 국가 사례 등을 비교해보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하면 된다.
산정 과정·기준 개선해야
실거래가와 공시가격 간 격차(실거래가 현실화율)도 신속하게 줄여가야 한다. 그래야 공시가격의 공신력과 정확성이 확보되고 ‘부자 도우미 공시가격’이란 오명도 벗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상승, 건강보험료와 각종 복지수급 혼선 등의 문제는 해당 부처별로 ‘탄력적 조치’를 통해 풀어가면 된다.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68.1%, 단독주택 53.0%, 토지 64.8%다.정치권과 정부는 부동산시장 활성화, 주택시장 안정 등을 명분으로 공시가격의 정치적 활용을 자제해야 한다. 공시가격에 활용되는 ‘시장가격’의 개념과 기준을 분명하게 확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시가격 외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공동주택실거래가격지수 등 각종 부동산 통계도 정확성과 객관성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지 오래다. 다행히 정부가 연내 부동산 통계 전반의 개선 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선진국 위상에 걸맞은 혁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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