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마켓컬리 등 새벽배송 전쟁 속 골판지 업계 '함박웃음'

연간 3조 5000억원 규모 커진 골판지 업계 '초호황'
배달시장 커지면서 택배박스에 쓰이는 골판지 수요 급증
중국 환경 규제 영향으로 원재료인 폐지급 하향 안정화
사진=연합뉴스
쿠팡, 티몬,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업계가 물류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골판지 업계가 나 홀로 웃고 있다. 택배 물량이 크게 늘면서 포장박스 수요가 증가했고 중국의 환경 규제도 골판지 업계의 호황을 뒷받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제지업체인 한솔제지는 지난해 매출 1조7923억원, 영업이익 1113억원을 달성했다. 2017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1.9%, 75% 증가했다. 무림페이퍼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2017년 대비 각각 7.2%, 77.9% 늘었다.특히 실제 박스를 만드는 골판지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신대양제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166억원으로 2017년보다 306.2% 증가했다. 지난해 아세아제지는 영업이익 982억원(1752.8% 증가), 태림포장은 357억원(981.8%), 영풍제지는 180억원(462.5%)을 달성했다.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다.

골판지 업체들이 호실적을 내는 가장 큰 이유는 택배포장 박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물량은 25억4300만개로 2017년(23억1946만개) 대비 9.6% 늘었다. 국민 1인당 연간 50개 가량 택배를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택배 물량은 2012년 14억598만개, 2013년 15억931만개, 2014년 16억2325만개, 2015년 18만1596만개, 2016년 20만4666만개 등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였고 지난해엔 25억4270만박스를 기록했다.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증가 중이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도 110조원을 넘어섰다. 2001년 3조원에 그쳤던 온라인 시장이 17년만에 37배나 성장한 것이다.골판지의 원재료인 폐지 가격 하락도 업계의 호황을 이끈 주 요인이다. 윤창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의 환경 규제 영향으로 원재료인 폐지, 폐골판지 가격이 급락해 하향 안정화됐다"며 "지난해 국내 폐지 유통 평균 가격은 1kg당 82원이었고 이는 2017년 대비 37%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오염도 기준을 강화하면서 폐지 수입량을 줄였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폐지 최대 수출국으로, 2015년에는 비중이 83%였지만 지난해엔 54%까지 줄었다. 중국의 폐지 수입량은 2017년 2570만톤에서 지난해 1700만톤으로 34% 줄었고 올해는 1200만톤, 2020년에는 600만톤까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환경규제 정책 노선의 변화가 없는 한 국내 폐지 가격 하향 안정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폐지 수입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국내에 폐지가 넘쳐나는 상황"이라며 "중국이 2020년까지 환경 규제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골판지 업계에 우호적인 환경은 앞으로도 계속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체 간 구도도 변화의 조심을 보인다. 제지업계 1위인 한솔제지가 태림포장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업체 간 인수합병 등으로 시장의 구도가 바뀌면 파급 효과는 제지업계를 넘어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중국이 폐지 수입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중국 최대 제지기업인 나인드래곤페이퍼의 장인 회장이 중국 당국에 폐지수입 확대를 요구하는 등 현지 기업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요구가 반영되면 국내 폐지 가격은 다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유통의 무게추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골판지 등 포장관련 수요는 앞으로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며 "다만 중국의 환경 규제는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택배박스의 과대포장에 대한 환경문제가 업계의 숙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제도적인 코스트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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