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키로 하면서 유승민 전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한 옛 바른정당계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전날 김관영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바른정당계의 반대에도 패스트트랙에 대한 찬반 표결을 실시하자 '손학규 퇴진'에 더해 김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안'도 제출할 태세다.
특히 당 지도부가 공수처법 처리를 위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오신환 의원을 특위에서 사임시킬 경우 이들의 집단행동에 '방아쇠'가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계 한 의원은 2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원내대표를 지난 1년 동안 지켜본 결과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꾼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김 원내대표가 저렇게 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무공천을 보장해 줌으로써 지역구를 유지하기 위한 것 말고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또 다른 바른정당계 의원은 통화에서 "계속해서 저렇게 일방적으로 나간다면 당이 깨질 수밖에 없다"며 "오 의원을 교체하는 순간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혜훈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것은 진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문명사회에서 불법을 저지르겠다는 사람이 나오면 정말 대책이 없다.
그렇게 되면 당이 존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그러면서 "당이 사개특위 소속 의원들의 결정에 대해 강제할 수 없다고 약속해 놓고도 그런 이야기를 하면 문명사회의 일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손 대표, 김 원내대표는 국회법까지 어기며 오신환 의원을 교체하려는 만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이렇게 법을 어기는 막가파 정치를 하자고 바른미래당을 만든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일단 당내에서 패스트트랙을 통한 법안 추진에 제동을 거는 데 집중하되 끝내 무산될 경우 유승민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분당이나 개별 의원의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실제 전날 의원총회 직후 바른정당계 의원 8명 전원은 국회 인근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 향후 진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어제 모처에서 만나 의원들이 논의했고, 탈당하자는 분도 있었다"며 "유승민 전 대표가 탈당하는 분당의 가능성을 저는 솔직하게 반반 정도로 본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최고위원은 "급한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며 "적어도 유 전 대표 팬클럽 행사가 있는 토요일(27일)까지는 고민의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