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4200억 '팔자'…IT 대형주 '우수수'

코스피지수, 나흘 만에 하락

美 "반도체 실적회복 시간 필요"
원·달러 환율 급등도 부담 키워
정보기술(IT)주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끼면서 24일 국내 증시가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년9개월 만에 최고치로 뛴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9.48포인트(0.88%) 내린 2201.03으로 마감했다. 기관투자가들이 42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달 22일(5617억원 순매도) 이후 한 달여 만에 최대 규모다. 기관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물을 대규모로 팔아치운 영향을 받았다. 원·달러 환율은 2017년 7월 11일(달러당 1151원10전) 후 최고치인 1150원9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전문가들 사이에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커지면서 한국 증시가 조그만 악재에도 쉽게 흔들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LG디스플레이가 기대에 못 미친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IT 업황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4%를 차지하는 SK하이닉스가 각각 1.00%와 3.09% 하락하며 장을 짓눌렀다. 전날 밤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반도체 수요 회복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힌 영향이다. “이르면 2분기 중 반도체 업황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로 급등했던 반도체주 랠리에 제동이 걸릴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가 증권가 예상치를 한참 밑돈 1분기 영업손실을 발표한 것도 IT 제품 수요 둔화로 읽히며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LG디스플레이가 6.35% 하락한 것을 비롯해 삼성전기(-2.63%) DB하이텍(-1.95%) LG이노텍(-1.23%) LG전자(-0.67%) 등이 줄줄이 내렸다.실적 발표 시즌에 본격 돌입하면서 국내 증시는 부진한 1분기 실적에 발이 묶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기업 실적이 나쁜 한국이 이를 따라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