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못 열면 상장유지 말라"는 법무부 간부의 '황당한 발언'

현장에서

김우섭 정치부 기자
“주주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회사는 상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24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2019 주주총회 결산’ 토론회. 명한석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은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주주총회를 열지 못하는 이른바 ‘주총 대란’에 대해 “전자투표와 같은 편의를 (주주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폐지로 올 들어서만 228개 기업이 주총을 열지 못했다. 그럼에도 담당 과장은 사견을 전제로 현 제도 수준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과연 그럴까. 명 과장의 말처럼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회사는 650개. 이 중 올해에만 154개(24.4%) 회사에서 주총이 열리지 못했다. A철강회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150여 명의 전체 직원 중 50명이 3주 동안 소액주주의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주총 참여를 읍소했다. 전자투표제도 도입했다. 하지만 끝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정관 변경에 실패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경제계 관계자와 국회 보좌진들도 명 과장 발언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참석자는 “기업의 생사를 결정하는 상법담당 공무원이 이렇게 무책임한 발언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부 간 엇박자의 조짐도 보였다.

명 과장은 “기업이 감사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수순에 들어간다”고 했다. 현행 상장 규정에 따라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1년 안에 해소하지 못하면 퇴출된다. 법률상으론 맞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초 기업의 어려움을 고려, 상장 폐지 등 페널티 조항을 조건부로 유예하기로 했다.상당수 기업은 본업까지 버려두고 주주를 찾아다니며 주총을 여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유심히 들어야 할 공무원들은 회사 책임이 크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기업 상장을 장려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주총을 못 연다고 상장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명 과장은 “주총 안건 의결에 실패한 기업에 의결 정족수와 상관없이 주총을 열 수 있도록 제도 완화를 검토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