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재벌기업, 비즈니스·지배구조 측면 위기 봉착"

"재벌개혁 등 경제규제, 사전규제에서 사후규율 중심으로 가야"
"기업그룹 3세, 과거 1~2세대의 성과 이뤄낼 능력 있는지 의구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5일 "한국의 재벌기업들은 현재 비즈니스와 지배구조 등 두 가지 측면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9 한국포럼 '대기업정책, 규제인가 육성인가' 세션의 패널토론자로 참석, 이같이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이 과거와 같은 다이내믹스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미래 먹거리를 제공하는 성장의 산업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느냐는 측면에서 비즈니스 측면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이 어려운 환경이 됐다"면서 "우리는 수출중심의 경제 성장전략을 택했고, 대기업은 혁혁한 주역이었지만 과거의 성장전략이 지금 효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거시와 미시정책을 어떻게 조화롭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김 위원장은 지배구조 측면의 위기와 관련해서는, "우리 기업의 성장역사가 3세대까지 왔는데, 과거 1, 2세대가 이뤘던 성과를 3세대 그룹 회장들이 이뤄낼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 2세대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이뤄내는 강렬한 도전정신을 가진 기업가였다면 지금 3세들은 이미 완성된 한국에서 태어난 황태자로, 우려가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가 국제적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에서 유지될 수는 없다"면서도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는 우리 현실에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주주자본주의가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옷인 것처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도 우리 현실과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등 공정경제를 위한 정부의 정책과 관련해서는, 지난 30년간 환경이 변했다면 재벌개혁을 추구하는 방법의 체계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벌개혁 논의가 시작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많은 국민이 아직도 공정경제가 이뤄지지 않았고, 갈 길이 멀다고 평가한다"면서 "이는 우리 국민이 가진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의 상이 30년 전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30년 전 고도성장기 만들어진 재벌개혁의 수단은 한국경제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우리 기업이 돈을 벌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경제규제 시스템을 사전규제 중심 체계에서 사후규율 중심으로 바꾸고, 공정거래법뿐만 아니라 상법, 금융 관련법, 세법 등 여러 법에 걸쳐 합리적 체계를 만들어야 하며, 경성법률뿐 아니라 모범규정 등 연성법을 다양하게 구축해나가는 방식으로 우리 경제 질서를 합리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0년 전에는 사후규율 자체가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갔는데, 그런 관성은 지금도 남아있다"면서 "(기업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사후적 규율을 먼저하고, 이후 구조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김 위원장은 "더 평평한 운동장을 만드는 게 혁신의 시초"라면서 "정부는 경제 질서를 평평하게 만들어 많은 경제주체, 특히 젊은이들이 모험에 도전할 수 있는 경제 질서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