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케이뱅크 '최대주주 꿈' 사실상 물거품

공정위, 공공입찰 담합 주도 혐의로 檢에 KT 고발

2년간 12차례 '짬짜미' 적발
공정위, 4개社에 133억 과징금
공정거래위원회가 25일 국내 3대 인터넷망 사업자인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와 중소업체인 세종텔레콤에 총 133억2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조달청 등이 발주한 공공분야 입찰에서 담합을 통해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다. 공정위는 담합을 주도한 KT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KT는 케이뱅크 2대 주주에서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해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적격성 심사를 요청했다. KT가 공정위 조사를 받게 돼 심사는 중단된 상태다. 법원에서 벌금형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
검찰 고발당한 KT공정위 관계자는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세종텔레콤은 2015년 4월부터 2017년 6월까지 공공기관이 발주한 12건의 공공분야 전용회선사업 입찰에서 일부러 참여하지 않거나 참가하되 막판에 빠져 ‘들러리’를 서는 방식으로 한 업체가 낙찰받도록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전용회선이란 가입자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신 회선으로 공공기관이 안정적인 통신 연결을 위해 사용한다.

2015년 4월 ‘국가정보통신망 백본회선 구축사업’은 KT가 낙찰받았는데, 이때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는 불참했고 세종텔레콤은 들러리를 섰다. 같은 달 ‘국가정보통신망 국제인터넷회선 구축사업’에서는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각각 낙찰받는 대신 KT는 들러리를 섰다. 낙찰받은 업체는 도와준 업체에 회선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쓰지도 않으면서 회선 이용료를 주는 식으로 대가를 지급했다.

과징금은 KT 57억4300만원, LG유플러스 38억9500만원, SK브로드밴드 32억7200만원, 세종텔레콤 4억1700만원 등이다. 공정위는 시장 지배적 지위를 누리는 KT가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가장 강한 처분인 검찰 고발을 했다. 공공분야 전용회선 시장 점유율은 KT 38%, LG유플러스 25%, SK브로드밴드 16% 등이다.케이뱅크 대주주 심사 중단

KT가 담합 혐의로 검찰에 고발됨에 따라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위는 KT에 대한 한도초과 보유주주 승인(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검찰 수사 및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단하겠다고 이날 공식 발표했다. 금융위는 지난 17일부터 심사를 중단한 상태다.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에 따르면 대주주는 최근 5년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으로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례법의 한도초과보유주주 요건에 벌금형은 확정판결 기준”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벌금형 미만의 판결을 내리면 KT가 케이뱅크 대주주로 올라서는 게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만 금융권에선 공정위가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에 법원이 벌금형 미만 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음달 30일 예정된 케이뱅크의 59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케이뱅크는 유상증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데 따른 대안으로 분할증자 방안이나 신규 주주사를 영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신규 주주사로 영입할 만한 기업과는 이미 접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태훈/강경민/정지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