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푸틴과 3시간여 첫 정상회담…비핵화 공조 주력

김정은 "지역정세 안정도모·공동관리 문제 심도 있는 의견 교환"
푸틴 "한반도 상황 좋은 진전 위한 방안 논의"…북러정상회담은 8년만
'비핵화·제재완화' 공감대 재확인 관측…김정은, 26일에 시찰 등 단독 일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하고 난관에 봉착한 한반도 비핵화 협상 등과 관련한 공조방안을 논의했다.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대응방안을 협의하는 한편 양자관계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양 정상은 오후 2시 10분(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1시 10분)께 단독회담에 들어간 뒤 4시께부터 5시 25분까지 수행원이 포함된 확대 회담을 진행했다.

총 회담 시간은 3시간 15분가량으로, 양 정상은 회담 뒤 만찬도 함께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단독회담 모두발언에서 "지금 전 세계의 초점이 조선반도 문제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 문제를 같이, 조선반도 정책을 평가하고 서로의 견해를 공유하고 또 앞으로 공동으로 조정 연구해나가는 데서 아주 의미 있는 대화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도 "전략적으로 이 지역 정세와 안정을 도모하고 공동하고 정세를 관리해나가는 데서 나서는 문제"를 이번 회담의 의제로 꼽았다.

푸틴 대통령도 김 위원장의 방러가 "어떤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지,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지, 현재 일어나고 있는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등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그는 확대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단독회담에서 "현 상황이 진전의 좋은 전망을 갖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전했다.

양 정상의 이런 발언들로 비춰볼 때 이번 회담에서는 지난 2월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어려움에 부닥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공조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과의 장기전에 대비해 '우군'인 러시아와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데 집중했을 것으로 보인다.러시아는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식을 지지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춰 미국 등 국제사회가 대북제재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도 비핵화와 관련한 이 같은 공감대를 재확인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한 양자 현안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확대 정상회담에는 러시아에서 예브게니 디트리흐 교통부 장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북극개발부 장관, 올렉 벨로제로프 철도공사 사장 등 경제 관련 고위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그러나 북측 배석자는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 2명뿐으로 경제 관료가 포함되지 않아 깊이 있는 논의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김 위원장이 유엔 대북제재에 따라 올해 말까지 모두 철수해야 하는 러시아 내 자국 노동자들의 추가 체류를 푸틴 대통령에게 요청했을 가능성은 있다.

북러 정상회담은 2011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현 총리) 간의 회담 이후 8년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늦게 25∼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참석차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26일에도 블라디보스토크에 남아 자국 유학생과의 간담회, 주요 시설 시찰 등의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시찰 예상지로는 러시아 태평양함대 기지와 루스키 섬의 오케아나리움(해양수족관), 블라디보스토크 근교의 우유 공장이나 초콜릿 공장, 빵 공장 등이 꼽힌다.김 위원장은 이르면 26일, 늦어도 27일 오전에는 전용열차를 타고 귀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