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이 좌우로 왔다갔다?…'제자리걸음' 느낌이 딱이죠!"

한·미·일 3국 투어 챔프
김영의 달콤한 골프 (14) 체중이동, 지나치면 毒
체중이 오른발 안쪽에 탄탄하게 집중된 모습 (1). 체중 이동이 안 돼 왼 다리에 몸무게가 그대로 남은 자세(2). 상체가 오른쪽으로 넘어가 체중이 오른발 바깥쪽에 쏠린 자세 (3).
골프 치기 딱 좋은 시즌입니다. 그런데도 맘대로 안 되시죠. 조금만 힘을 더 주면 비거리 10m는 쉽게 늘어날 것 같은데, 쳐보면 거리는커녕 전혀 딴판인 ‘와이파이샷’ 같은 사고가 많이 나곤 하죠. 팔이나 손에 힘을 갑자기 주면서 클럽페이스가 열리거나 닫히는 탓이기도 하지만, 체중 이동을 잘못해서 벌어지는 경우도 많답니다. 힘은 썼는데 보상이 없으니 ‘헛심’인 셈입니다.

2016년에 레슨을 시작한 이후 얼추 1000명이 넘는 골퍼와 고민을 함께한 듯하네요. 그런데 이들 중 99%가 체중 이동으로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이동을 못하는 분, 이동을 하긴 했는데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분, 마치 ‘태껸’ 동작처럼 좌우로 너무 많이 출렁이며 오가는 분들이죠. 체중 이동은 롱게임에서 비거리를 힘 안 들이고 낼 수 있는 중요한 엔진 같은 건데, 왜 이렇게 어렵게 느낄까요.
걸어가면서 스윙할 수 있을 정도면 체중 이동으로 충분하다. 마땅한 연습 공간이 없으면 수건이나 샤프트로도 ‘걸음걸이 스윙’을 연습할 수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침’ 때문인 듯합니다. 너무 많이 하거나, 너무 안 하거나죠. 어깨너비보다 약간 넓은, 좁은 직경의 원통 속에서 스윙한다고 이미지를 그려보면 체중 이동이 쉬워질 텐데, 이걸 좌우가 긴 직사각형 박스에서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게 문제입니다. 직사각형 속에선 종종 다리를 너무 많이 벌리게 되는데, 결국 체중 이동도 하체 리드도 안 되는 ‘팔로만 스윙’을 하게 되고요.

프로들은 어떨까요. 아마추어와 비교한다면 차라리 제자리 회전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회전과 체중 이동이 좁은 공간에서 동시에 ‘짧고 굵게’ 이뤄진답니다. 좌우 이동 평균거리를 재보면 10㎝를 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을 정도죠.그런데 아마추어는 이걸 20㎝ 이상 밀고 가는 ‘스웨이’를 기어코 만듭니다. 좌우로 몸을 크게 ‘이동’해야 비거리가 난다고 믿는, 즉 ‘직선운동 오류’ 때문입니다. 비거리를 더 내려면 프로들은 제자리에서 더 빨리 회전하거나, 몸을 웅크렸다가 박차고 일어나는 ‘스프링 동작(또는 개구리 동작)’을 한다는 게 다릅니다.

아마추어들은 아예 반대로 하기도 합니다. 백스윙에서는 몸을 들어올려 펼치고, 다운스윙에서는 반대로 공을 향해 몸을 웅크리는(달려드는), 거꾸로 스윙입니다. 체중 이동이 필수인 롱게임에서는 정작 이동을 못하고, 억제해야 할 쇼트게임에서는 되레 오락가락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중에서도 너무 많이 가버려 오지 못하는, ‘루비콘 강’을 건너버리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통제 불능을 자초하기 때문이죠. 결국 왼발, 왼다리가 지면에서 떨어지는 스윙이 나오기 마련이죠. 훅이나 뒤땅이 많이 나는 동작입니다. 비거리를 내려는 욕심 탓에 타깃 쪽으로 전진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슬라이스나 토핑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동작이죠.버바 왓슨이나 존 델리, 필 미컬슨(이상 미국)은 오버스윙을 합니다. 동작이 크죠. 하지만 스윙할 때 절대 좌우로 밀리지 않고 제자리에서 몸을 꼰다는 게 공통점입니다. 체중 이동 구간이 짧아서 오차가 적을 수밖에 없죠.

양발 안쪽에서 체중이 놀아야

콘셉트를 다시 잘 잡아야 합니다. 체중 이동이라고 말하기보다 ‘체중 집중’이라고 해보는 게 어떨까요. 걸음걸이(또는 제자리 뛰기)가 가장 좋은 예입니다. 좌우로 왔다갔다 하는 큰 동작 없이, 발을 넓게 벌리지 않고도 왼발 오른발에 체중이 완전히 교대로 집중되는 동작이죠. 골프 스윙이 딱 이런 원리입니다.그 이상은 문제적 스윙을 자초할 뿐 불필요한 체중 이동으로 간주하는 게 오차가 적은 스윙을 하는 지름길입니다. 체중 이동이 아예 안 된다면 셋업이 잘못된 경우가 많습니다. 발 앞꿈치나 뒤꿈치에 체중이 지나치게 쏠려 있거나, 다리를 너무 넓게 벌린 경우입니다. 이때는 어드레스 때 양발을 좁히기만 해도 해결될 확률이 높습니다.

쉬운 체중 이동 느낌을 찾으려면 빗자루로 눈을 치우듯, 수건을 양손으로 잡고 걸어가면서 좌우 대칭 스윙을 해보는 겁니다. 연습 공간이 좀 있다면 헤드가 없는 샤프트를 거꾸로 잡고 똑같이 해봐도 좋습니다. 양손을 가슴에 얹고 백스윙하면서 왼발을 뗐다가 다운스윙 때 왼발을 디디는 연습도 좋고요. ‘스텝스윙’의 김혜윤 프로를 이미지로 삼으면 좋을 듯합니다.

지켜야 할 원칙 하나. 양발 안쪽 구간에서 체중 이동이 다 완결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넘어가면 스웨이가 된다는 점, 꼭 기억하시고요. 그러고 보니 돌고 돌아 다시 원통스윙입니다.

김영 < 골프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