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핑계대는 靑…날씨 탓하는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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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쇼크' 변명거리만 찾나한국 경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은 냉철하게 경기를 인식하기보다 변명거리만 찾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따뜻해지며 옷판매 부진
감기 줄어 의료비 감소도 원인"
전문가 "무책임하고 황당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25일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 직후 기재부는 ‘참고자료’를 내고 성장 부진의 주요 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 △대외 불확실성으로 국내 투자 동반 부진 △작년 4분기 높은 성장과 정부 투자 확대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다. 성장률 쇼크 배경을 나라 밖에서 찾거나 ‘기저효과’ 탓으로 돌린 것이다.청와대 인식도 비슷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브리핑에서 성장률 지표가 나빠진 것에 대해 “한은 분석에 따르면 대외 경제 여건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 1분기 기업투자가 크게 줄면서 성장이 위축된 만큼 기업을 옥죄는 경제 정책부터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기업을 옥죄고 소비를 진작하지 못하는 경제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며 “세계 경제가 나쁘다고 탓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1분기보다는 2분기,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가라앉고 있는 데다 한국 경제를 지탱한 반도체 수출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의 성장률 분석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다. 한은은 “올 1분기 민간소비가 주춤했다”며 “따뜻한 날씨로 의류 및 의료 소비가 줄면서 생긴 일시적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 1분기 민간소비 성장률은 0.1%에 그쳤다. 2016년 1분기(-0.2%) 이후 12분기 만에 가장 나빴다. 올 1분기 날씨가 평년보다 올라가면서 롱패딩 등을 비롯한 의류 판매가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또 날씨가 좋아지면서 감기 등을 앓는 환자가 줄어 그만큼 의료비 지출이 줄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민들이 감기에 걸려 앓는 것이 성장률에 긍정적이란 뜻이냐”는 반문이 나온다. “환자가 늘면 생산성이 줄어든다는 점을 도외시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날씨가 따뜻하면 외출이 늘면서 외려 민간소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익환/성수영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