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알았지? 그 뒤엔 빅데이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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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이마트 트레이더스 '빅데이터 마케팅'서울 구로구에 사는 맞벌이 부부 김지영 씨(39)는 주말마다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서울 노원구의 부모님 댁을 방문한다. 저녁엔 부모님과 함께 쇼핑도 한다. 주로 먹을거리와 생필품을 잔뜩 산다. 집은 구로구지만 돈은 노원구에서 많이 쓰는 셈이다. 김씨의 스마트폰에 지난달 ‘딩동’ 하고 알림이 왔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이 오픈합니다. 백화점 식품코너보다 저렴합니다.’ 10만원을 결제하면 1만원 할인 쿠폰을 준다는 메시지도 붙어 있었다. 김씨는 무릎을 탁 쳤다. “이번 주말엔 여기 가면 되겠구나!”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어떻게 알고 나한테 이걸 보냈지?”
식품·생필품 단골고객에 할인 쿠폰
노원구 주민 콕~집어 프로모션 안내
‘빅데이터 마케팅 실험’ 해보니지난달 노원구 월계동에 개점한 창고형 할인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은 이렇게 ‘신고식’을 했다. 삼성카드와 손잡고 개인별 거주지와 주요 소비지역, 소비성향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집중 공략하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썼다. 불특정 다수에게 똑같은 내용의 광고를 보내는 방식은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
타율은 꽤 높았다. 월계점은 문을 연 지 2주 만에 매출 149억원을 올리고, 방문객 36만5000여 명을 끌어모았다. 같은 기간 다른 점포에 비해 매출은 1.4배, 방문객은 1.5배에 달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이용한 경험이 없는 신규 고객도 80%를 넘었다. ‘개장일 최대 매출’ 기록도 세웠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관계자는 “빅데이터 마케팅의 힘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도 “일반적인 마케팅보다 효과적일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정말 딱 들어맞으니까 짜릿했다”고 말했다.소비행태 분석해 성공률 높여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첫 서울 매장인 월계점 개장을 앞두고 지난 1월 삼성카드와 협업에 나섰다. 획기적인 마케팅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머리를 맞댄 끝에 삼성카드가 보유한 고객 1017만 명의 결제 빅데이터를 활용해 마케팅을 해보기로 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이용 가능성이 높은 잠재 고객을 얼마나 정교하게 추출하느냐가 빅데이터 마케팅의 핵심”이라며 “단순히 인근 지역 거주자만 겨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서울과 경기 지역 거주자 전체를 대상으로 빅데이터 소비지도를 구축했다. 고객의 거주지에 연연하지 않고 실제 소비지역과 이동동선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월계점 인근인 노원구에서 소비한 이력이 많은 고객을 1차 타깃으로 삼았다. 다음으로는 서울 동북권, 경기 북부 거주자와 주말 여행객, 주말 부부 등을 잠재 고객으로 추출했다.1차 타깃 소비자의 대중교통 결제 이력을 분석한 뒤 주요 동선에 있는 버스와 지하철역, 정류장 등에 삼성카드의 이마트 트레이더스 제휴카드 광고를 설치했다. 월계점 개점 3주일을 앞두고는 초·중·고 자녀를 둔 가정과 커피 및 제과 업종 선호도가 높은 소비자, 백화점 식품코너나 대형마트 등에서 자주 결제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번 더 타깃을 정교화했다.
이들에겐 삼성카드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사고 싶은 품목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이 의견은 월계점 내 매장 품목을 구성하고 할인 품목을 선정하는 데 반영했다. 최종 선정된 소비자에게는 맞춤형 할인 쿠폰과 프로모션 안내 메시지를 발송했다.
카드사는 결제정보 ‘부자’…새 먹거리 될까월계점의 삼성카드 이용 비중은 58.6%에 달했다. 다른 점포(평균 35%)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삼성카드는 앞으로도 트레이더스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관련 제휴 서비스와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관계자도 “빅데이터 마케팅에 반신반의하던 직원들도 이번 성과를 보며 관심을 더 쏟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들도 빅데이터를 통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카드사들의 무기는 ‘결제 정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하루 평균 결제 건수는 3575만 건이다. 매년 130억 건의 결제정보가 카드사에 쌓인다. 다만 아직 개인정보 활용에 걸림돌이 있어 사업 확장엔 한계가 있다. 현행 법은 신용정보 측정 등 수집 목적 외 개인정보 활용과 데이터 거래를 막고 있다.
정지은/김대훈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