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푸틴-김정은 회담 긍정 자평…"美 외교실수 수정한 회담"

외무부 대변인 주장…의회에선 "북러 양측 모두 각자 목표 이뤄" 평가도
"北은 외교지평 확대, 러는 국제무대 '플레이어' 지위 확인"
러시아 정부와 의회 인사들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첫 정상회담을 높이 평가했다.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자국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은 미국 외교의 실수를 바로 잡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전반적으로 말하자면 이는(회담은) 미국 외교가 여러 분야에서 저질러 놓은 실수들을 수정한 것"이라면서 "여러 미국 활동가들이 한반도 및 그와 연관된 문제들에서 행한 일은 이 지역을 혼돈으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북 강경 정책으로 혼돈상태에 빠진 한반도 문제 해결에 이번 북러정상회담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었다.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콘스탄틴 코사체프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블라디보스토크 러북 정상회담은 북한 지도자가 러시아와 적극적으로 일할 준비가 돼 있고,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러시아에 적잖은 역할을 할애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해석했다.

그는 "북한 지도자는 방러를 통해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해온 큰 역할에 어느 정도 균형을 갖게 했으며, 이 문제에서 러시아는 아주 작은 지분만 갖고 있다는 견해를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코사체프는 "북한은 상황을 전혀 다르게 보고 있고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더 적극적으로 일할 준비가 돼 있음이 블라디보스토크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그는 "북러 양측이 모두 각자의 목표를 이뤘다"면서 "김정은(위원장)은 외교 노력의 지평을 넓혔고, 러시아는 국제무대의 중요한 플레이어 지위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러북 양국 정상들 간의 첫 정상회담 결과 아무런 공동 문서도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회담이 결코 상징적 성격만 띤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면서 "푸틴과 김정은은 한반도 핵문제를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와는 다른 시각으로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레오니트 슬루츠키도 "블라디보스토크 러북 정상회담이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과장 없이 역사적 사건이라고 부를만하다"면서 "회담 결과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진전을 이루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는 "김 위원장이 회담 결과에 대해 중국과 미국 지도부에 알려달라고 요청한 사실은 아태지역 안보 보증자 가운데 하나로서의 러시아의 중요한 역할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회담 평가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해 "제재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모스크바(러시아)가 아닌 워싱턴(미국)에 있다.

결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건 미국의 입장이며 러시아는 그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고 지적했다.그는 또 "러시아가 관심이 있는 6자회담 재개도 우선은 미국과 북한에 달려있다"면서 파트너들 간의 대립을 이용하는 외교를 추구하며 원칙적으로 양자 외교를 선호하는 북한이 6자회담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불분명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다자 틀에 동의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