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일대일로 야심…"빚더미 우려 알지만 계속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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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일대일로 포럼 기조연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한 국가들이 빚더미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26일 베이징 국가회의센터에서 열린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서다.
美 보란 듯 개방 조치 쏟아내
이 같은 발언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제기하고 있는 일대일로 ‘채무 함정론’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파키스탄과 스리랑카, 지부티 등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참여국이 과도한 빚에 시달리다 결국 전략적인 인프라 사업 운영권을 중국 기업에 넘기는 등 ‘부채의 덫’에 빠지고 있다고 비판해왔다.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앞으로 일대일로 사업의 투명성을 강화해 이 같은 우려가 생기는 것을 방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채무 지속성을 분석하는 틀을 구축해 부채 리스크를 예방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그러나 일대일로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오늘날 세계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 간 발전 불균형”이라며 “일대일로를 통해 공동 발전과 번영을 위한 글로벌 상호 연결고리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의식해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상품과 서비스 수입을 늘리는 등 시장 개방 조치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외국인 자본의 네거티브 리스트(사업 금지 대상)를 크게 줄이고 서비스업과 제조업, 농업 분야에서 전방위적 대외 개방을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그는 “외국인의 지재권 관련 권익 보호를 강화하고 지재권 침해 행위를 엄단하는 동시에 관세를 낮추고 비관세 장벽을 없애 중국 시장의 대문을 끊임없이 열겠다”고 했다.
시 주석은 미·중 무역협상의 주요 쟁점인 환율과 보조금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웃 국가들을 궁핍하게 하는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폐막하는 이번 포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37개국 정상과 영국, 프랑스, 일본의 고위급 대표단 등 150여 개국, 90여 개 국제기구에서 5000여 명의 대표가 참석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