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심신미약 감형' 비판여론…왜 감형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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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조건 중 하나인 '책임능력' 관련…위법해도 전적인 책임 묻기 어려워"
"강한 처벌보다 치료시스템 정비·지속적 관리가 더 중요" 의견도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등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사건이 사회적으로 우려를 낳으면서 이들이 재판에서 적용받는 심신미약 감형의 당위성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는 분위기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심신미약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 글이 잇달아 올라와 심신미약 피의자 감형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보여준다.
지난해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이후 올라온 청원에는 100만명 이상이 서명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형법의 심신미약 조항이 일부 손질됐다.종전에는 심신미약이 인정된 피고인에게는 의무적으로 형을 감경하도록 했으나 법 개정으로 비록 감경 여부 판단에 판사 재량이 인정됐다.
그러나 정신질환이 있는 심신미약자들에 대한 감형 사례는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동부지법은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뇌전증(간질) 및 기질성 인격장애 환자 윤모(28)씨에게 심신미약 감형을 적용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윤씨는 지난해 12월 직장에서 갈등을 빚은 상사 A(36)씨를 헬멧으로 때리고 목을 조르며 공격한 혐의로 기소됐다.
윤씨는 A씨가 도망가자 154㎝ 길이 소품용 칼로 A씨를 내리쳐 골절 등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재판부는 윤씨가 범행을 자백하고 뉘우치는 점과 범행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뤄진 점 등을 참작해 윤씨에 대한 징역형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서울북부지법도 시내 한복판에서 행인들에게 무차별로 흉기와 허리띠를 휘둘러 4명을 다치게 한 혐의(특수상해·특수폭행)로 기소된 안모(56)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신장애 2급인 안씨에게 심신미약에 따른 형 감경을 적용했다.
일각에서는 앞서 윤씨 사례처럼 직장에 다닐 정도로 일상생활이 가능했던 사람이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감형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그러나 법조계에 따르면 윤씨처럼 겉보기에는 일반인과 다르지 않더라도 정신질환이 있는 피고인들에게는 충분히 심신미약이 인정될 수 있다.
의사 출신 정이원 변호사는 "심신미약 판정은 범죄행위가 일어나는 당시에 피고인에게 판단 능력이 있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성격장애나 조현병 환자의 경우 평소에는 문제가 없어도 '트리거'(방아쇠)가 있으면 충동적으로 문제행동을 할 수도 있다"며 "이때 발생한 범죄행위에 관해서는 판단 능력이 미약했다고 봐 범죄 책임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자들의 이같은 '판단능력 미약'은 현행 형사법 논리상 범죄 책임을 덜어주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법조계 설명이다.
판사 출신 신중권 변호사는 "심신미약 감형에 대해 반발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심신미약 감형은 형사사건에서 처벌을 위한 조건 중 하나인 '책임능력'과 관련이 있다"며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이었다면 위법한 행위였다고 해도 전적으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씨의 경우 지난해 상사를 다치게 한 사건 이전에도 2015년 아파트에 불을 질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당시에도 윤씨는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감형됐고,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재범 발생은 심신미약 감형이 사라져야 할 근거라기보다는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할 필요성을 드러낸다고 분석한다.
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받도록 지원하고, 정부가 사후관리에 관여해야 재범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는 "정신질환자들이 처방약을 제대로 복용하는지, 상태가 악화하지는 않았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 책임이 환자 개인이나 보호자에게만 돌아간다"고 말했다.
권 이사는 "허술한 관리시스템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책임을 환자나 보호자에게만 돌려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기보다는 치료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중증 정신질환자를 급성기에 빨리 발견해 치료하면 관련 범죄를 94%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형법상 처벌도 필요하지만, 치료와 보호관찰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강한 처벌보다 치료시스템 정비·지속적 관리가 더 중요" 의견도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등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사건이 사회적으로 우려를 낳으면서 이들이 재판에서 적용받는 심신미약 감형의 당위성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는 분위기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심신미약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 글이 잇달아 올라와 심신미약 피의자 감형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보여준다.
지난해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이후 올라온 청원에는 100만명 이상이 서명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형법의 심신미약 조항이 일부 손질됐다.종전에는 심신미약이 인정된 피고인에게는 의무적으로 형을 감경하도록 했으나 법 개정으로 비록 감경 여부 판단에 판사 재량이 인정됐다.
그러나 정신질환이 있는 심신미약자들에 대한 감형 사례는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동부지법은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뇌전증(간질) 및 기질성 인격장애 환자 윤모(28)씨에게 심신미약 감형을 적용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윤씨는 지난해 12월 직장에서 갈등을 빚은 상사 A(36)씨를 헬멧으로 때리고 목을 조르며 공격한 혐의로 기소됐다.
윤씨는 A씨가 도망가자 154㎝ 길이 소품용 칼로 A씨를 내리쳐 골절 등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재판부는 윤씨가 범행을 자백하고 뉘우치는 점과 범행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뤄진 점 등을 참작해 윤씨에 대한 징역형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서울북부지법도 시내 한복판에서 행인들에게 무차별로 흉기와 허리띠를 휘둘러 4명을 다치게 한 혐의(특수상해·특수폭행)로 기소된 안모(56)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신장애 2급인 안씨에게 심신미약에 따른 형 감경을 적용했다.
일각에서는 앞서 윤씨 사례처럼 직장에 다닐 정도로 일상생활이 가능했던 사람이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감형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그러나 법조계에 따르면 윤씨처럼 겉보기에는 일반인과 다르지 않더라도 정신질환이 있는 피고인들에게는 충분히 심신미약이 인정될 수 있다.
의사 출신 정이원 변호사는 "심신미약 판정은 범죄행위가 일어나는 당시에 피고인에게 판단 능력이 있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성격장애나 조현병 환자의 경우 평소에는 문제가 없어도 '트리거'(방아쇠)가 있으면 충동적으로 문제행동을 할 수도 있다"며 "이때 발생한 범죄행위에 관해서는 판단 능력이 미약했다고 봐 범죄 책임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자들의 이같은 '판단능력 미약'은 현행 형사법 논리상 범죄 책임을 덜어주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법조계 설명이다.
판사 출신 신중권 변호사는 "심신미약 감형에 대해 반발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심신미약 감형은 형사사건에서 처벌을 위한 조건 중 하나인 '책임능력'과 관련이 있다"며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이었다면 위법한 행위였다고 해도 전적으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씨의 경우 지난해 상사를 다치게 한 사건 이전에도 2015년 아파트에 불을 질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당시에도 윤씨는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감형됐고,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재범 발생은 심신미약 감형이 사라져야 할 근거라기보다는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할 필요성을 드러낸다고 분석한다.
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받도록 지원하고, 정부가 사후관리에 관여해야 재범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는 "정신질환자들이 처방약을 제대로 복용하는지, 상태가 악화하지는 않았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 책임이 환자 개인이나 보호자에게만 돌아간다"고 말했다.
권 이사는 "허술한 관리시스템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책임을 환자나 보호자에게만 돌려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기보다는 치료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중증 정신질환자를 급성기에 빨리 발견해 치료하면 관련 범죄를 94%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형법상 처벌도 필요하지만, 치료와 보호관찰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