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이 관건…터키는 성공, 베네수엘라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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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리디노미네이션 논란해외에서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나 화폐가치 절하 등 화폐개혁 추진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성패는 국가별로 극명히 엇갈렸다. 새로운 화폐가 시장에 빠르게 안착한 터키는 리디노미네이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짐바브웨 베네수엘라 등은 오히려 물가가 치솟으며 적잖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노무현 정부땐 한은 추진했지만 부작용 우려 커 무산
한국, 두 차례 화폐개혁한국은 화폐단위를 모두 두 차례 바꿨다. 1953년 2월 15일 화폐단위 ‘원(圓)’을 ‘환’으로 바꾸면서 100 대 1로 낮췄다. 6·25전쟁 와중에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화폐개혁 성과에 대해서는 논쟁이 분분하다. 하지만 시중에 풀린 돈을 흡수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962년 6월 박정희 정부도 ‘10환’을 ‘1원’으로 바꾸는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다. 경제개발계획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지하자금과 장롱에 숨은 현금을 끌어내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기습적으로 발표한 화폐개혁에 국민들은 적잖게 동요했다. 지하자금 회수율도 예상보다 높지 않았다. 사회적 경제적 불안감만 높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정해진 ‘원’ 통화체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최고액권 지폐는 500원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5만원으로 100배가 됐다.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도 2002년 취임한 이후부터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했다. 2003년에 “1000원을 1환으로 바꾼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하지만 당시 노무현 정부는 각종 부작용을 우려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터키는 리디노미네이션 모범 사례로 꼽혀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5년 이후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한 국가는 터키 루마니아 아제르바이잔 모잠비크 짐바브웨 가나 베네수엘라 투르크메니스탄 잠비아 북한 등 10개국이다. 이들 가운데 터키가 가장 모범적 사례로 꼽힌다. 터키는 2005년 1월 1일 기존 화폐단위를 100만분의 1로 낮췄다. 화폐 명칭은 ‘리라(lira)’에서 ‘신리라(new lira)’로 바꿨다. 100만리라를 1신리라로 변경한 것이다. 터키는 리디노미네이션 추진 직전까지 치솟는 물가로 골머리를 앓았다. 1970년부터 2003년까지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0%에 달했다. 2004년 말 터키 리라 환율은 1달러당 134만리라였다. 당시 커피 한 잔이 100만리라에 달했다.터키 정부는 화폐개혁 관련 입법을 추진한 1998년부터 국회 입법 등을 추진했다. 입법안이 두 차례 보류되는 등 진통을 겪었으나 2005년까지 7년 동안 차근차근 진행했다. 화폐 교환의 충격을 줄이고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터키는 2005년 리디노미네이션 실행 이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한 자릿수로 묶는 데 성공했다.
짐바브웨는 물가 안정을 위해 액면 단위를 끌어내렸다가 환율과 물가가 급등하는 혼란을 겪었다. 이 나라 정부는 2006년 8월 자국 통화인 짐바브웨달러(ZWD) 화폐단위를 1000 대 1로 낮췄다. 하지만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지자 2008년 8월에는 100억 대 1, 2009년 2월에는 1조 대 1의 리디노미네이션을 시행했다. 이후에도 물가가 치솟자 짐바브웨는 2015년 자국 화폐인 짐바브웨달러를 폐기하고 미국 달러를 쓰기로 했다.
베네수엘라는 화폐 ‘볼리바르’의 액면가를 2008년 1000 대 1, 지난해 8월 10만 대 1로 낮췄다. 1999년 우고 차베스 정권이 들어선 베네수엘라는 이후 유가 하락과 미국의 경제 제재가 겹치면서 극심한 경제난을 겪었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돈을 마구 찍어냈고 물가도 치솟았다. 물가를 잡기 위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두 차례 화폐개혁에 나섰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은 연간 100만%를 웃돌고 있다. 경제난이 지속되는 데다가 잦은 화폐개혁으로 자국 통화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NIE 포인트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한 외국의 사례를 정리하고 성패 이유를 토론해보자. 우리나라가 두 차례 화폐 개혁를 한 배경과 그 성과를 정리해보자. 안정적인 물가 관리가 리디노미네이션의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김익환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