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産 원유 수입 금지' 대응 나선 유화업계…"나프타 직접 수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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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러시아産으로 갈아탈 수도"미국 정부의 이란산(産) 원유 수입 금지 조치로 국내 석유화학 회사들이 이란 대신 호주, 러시아로 수입처를 바꾸고 있다. 나프타(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원료) 함유량이 많은 이란산 초경질유(콘덴세이트)로 유화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최대 조달처가 끊기자 아예 직접 수입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28일 유화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토탈은 올해 나프타 직접 수입량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이란산 초경질유를 수입해 생산한 나프타로 옷, 전자 제품 등 유화 제품을 만들어왔다. 이란산 나프타 수입이 막히자 직접 수입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한화토탈은 지난해 이란산 원유를 1900만 배럴 수입했다. 국내 유화업체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초에는 이란산 초경질유와 나프타 직접 수입 비율이 8 대 2 정도였다”며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되면 이란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초경질유와 나프타 수입 비중이 5 대 5 정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화업체들은 이란산 원유의 대체재로 주로 쓰던 카타르산 원유 대신 러시아, 호주산으로 수입처를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한 유화업체 관계자는 “미국의 이란 제재 발표 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카타르산 원유 도입도 어려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이다.
유화업계는 초경질유 수입처가 바뀌고 나프타를 직접 사와야 할 상황에 처하면서 2분기(4~6월)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으로부터의 원유 도입도 힘들어져 호주나 러시아산 원유 가격이 더 뛸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