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쇼크' 여파…국가채무비율 40% 육박

올 1분기 실질GDP '마이너스'

'슈퍼 예산' 밀어붙이는 정부
올 1분기 ‘성장률 쇼크(-0.3%)’ 여파에 국가 재정건전성도 급격히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랏돈 씀씀이는 갈수록 커지는데 국가의 소득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정체되면 빚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이에 따라 2016~2018년 3년 연속 38.2%로 억제됐던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40%까지 치솟을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중앙·지방정부 부채(국가채무)는 731조8000억원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5%로 예상된다. 3조6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이번 추가경정예산까지 반영된 수치다.기재부는 올해 국가채무비율을 추계하면서 올 경상(명목)GDP 증가율을 3.9%로 전제했다. 그러나 이 전망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경상GDP 증가율이 3.0%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1.1%) 후 최저치를 찍은 데다 올해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실질GDP는 약 11년 만에 최저치(-0.3%)를 기록했다. 실질GDP는 경상GDP에서 소비자물가, 수출입물가 등 가격 요소만 제거한 것이어서 기본적으로 비례하는 모습을 보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상GDP 증가율 전망치 3.9%는 작년 말 기재부가 예상했던 것인데 경제 여건은 그때보다 더 악화됐다”며 “올해 경상 증가율이 지난해(3.0%)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여건이 좋으면 실질GDP 증가율이 부진해도 경상GDP 수치는 좋을 수 있다”면서도 “올해는 물가 여건도 안 좋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예상했다.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에 그쳤고 수출 가격도 내림세가 커지고 있다.문제는 성장률이 떨어지면 국가채무비율 등 재정건전성은 악화된다는 점이다. 국가채무비율을 계산할 때 분모 역할을 하는 경상GDP가 떨어지면 채무비율은 오를 수밖에 없다. 올해 경상GDP 증가율이 작년과 같은 3.0%를 기록할 것이라고 가정하면 국가채무비율은 39.9%까지 뛴다. 정부가 ‘건전 재정’의 기준으로 삼는 40%에 육박하게 되는 것. 이때 채무비율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1.7%포인트로 ‘메르스 사태’로 재정이 급격히 악화됐던 2015년(1.9%포인트) 후 최대를 기록한다. 이는 지난해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예상한 2018~2022년 연평균 국가채무비율 상승률(0.7%포인트)의 두 배를 넘는 수치기도 하다.

내년 이후가 더 걱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슈퍼 팽창 예산’을 임기 말까지 밀어붙이겠다고 예고하고 있어서다. 성장률은 뚝뚝 떨어지는데 예산 씀씀이가 커지면 국가채무비율 악화는 불가피하다. 기재부는 올해 채무비율이 39.5%라는 전제로 2022년 41.6%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저성장과 재정 확대 기조를 감안하면 45%까지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재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면 성장률을 개선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김상봉 교수는 “지금처럼 복지에 펑펑 쓰는 식의 재정 확대로는 성장률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경제는 착한 정책을 편다고 해서 좋아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올해 6조7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지만 정부조차 성장률 개선 효과는 0.1%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