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의 반전카드 '공수처 逆제안'…패스트트랙 정국 돌파할까

권은희 공수처법 별도 발의 고리로 '판 흔들기'…바른정당계 반발 계속
"안 받으면 패스트트랙 거부" 배수진…민주당 일단 '긍정 검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주도로 전개되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 정국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29일 '깜짝 카드'를 꺼내 들었다.여야 4당(민주당·바른정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기존에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공수처 법안을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가 느닷없이 역제안 카드를 제시한 것은 현재 당 내외의 딜레마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자신이 서명한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안·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처리 합의를 이행하고, 동시에 당내 바른정당계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바른미래당이 깨지지 않게 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김 원내대표는 앞서 공수처 법안에 이견을 제기하는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24일과 25일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강제 사임시켰다.

이에 반발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김성식·김동철 위원은 패스트트랙 처리를 논의하는 25일 정개특위 회의에 참석 자체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4당이 합의한 패스트트랙 일정 자체가 꼬여버린 상황이다.지난 주말 김 원내대표는 지역구 군산에 내려가는 대신 오신환·권은희 의원과 김성식·김동철 정개특위 위원을 집중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에도 이들 4인과 회동했고, 특히 권 의원에게는 강제 사임 조치를 반복해 사과했다고 한다.

또 권 의원이 '공수처법에는 동의하지만,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다 사보임된 점을 고려해 권 의원이 대표로 새 공수처법을 발의하도록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김 원내대표는 이를 권 의원에 대한 "치유절차"라고 표현했다.

민주당이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김성식·김동철 의원도 정개특위에 복귀한다고 김 원내대표는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민주당이 제안을 거부할 경우 "패스트트랙을 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친 점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이 제안을 거부할 경우 패스트트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종의 '최후통첩'을 하면서 정치적 부담을 민주당 쪽에 넘긴 것이다.

권은희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공수처법은 '기소심사위원회' 설치 규정을 둬 기소 문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는 수사권-기소권 분리에 반대하는 민주당 측이 반기지 않을 대목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서는 패스스트랙을 조기에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보인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저희는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며 "권은희 의원의 입장을 반영해 하나의 안으로 다시 만드는 방법도 검토하는 게 좋지 않나 한다"고 말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법안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늘 중 마무리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최고위원과 사개특위 위원연석회의에서 제안을 진지하게 논의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특히 기소심의위는 4당 합의안과 다른 부분이 있어 좀 더 검토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이 김 원내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이더라도 바른정당계의 강력한 반발이 여전히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오신환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새 법안은) 제가 동의를 하거나 이해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4당은 4월 임시국회 내 패스트트랙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은 통화에서 "기형적이고 엽기적인 행위"라며 김 원내대표를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김 원내대표는 "(갈등 봉합은 패스트트랙 지정)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 당에게 주어진 숙제"라며 "만약 (절차가) 마무리된다면 즉시 의원들의 갈등 해소에 집중하겠다"고 답했다.일각에서는 김 원내대표의 이번 카드가 패스트트랙 지정 강행의 명분을 쌓으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