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검·경, 성폭력 피해자 휴대전화 제출 규정 도입 논란

피해자 동의시 메시지·사진·이메일 등 접근 가능
프라이버시 침해 지적에 "증거 수집·무고 예방 위해 필요하다"
영국 검찰과 경찰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하는 규정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검·경은 사건 해결을 위한 증거 확보는 물론, 혹시 있을 무고 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경찰청장협의회(NPCC)와 검찰청(CPS)은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가 휴대전화 제출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하는 새 규정을 도입하기로 했다.동의서를 제출하면 경찰이 증거 등을 찾을 수 있도록 휴대전화 내 메시지와 사진, 이메일, 소셜미디어 계정 등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경찰은 성폭력 등과 관련해 피해자나 고소인의 휴대전화나 디지털 기기를 압수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검·경은 만약 피해자나 고소인이 이를 원하지 않을 경우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문제는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관련 사건 절차가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명시한 점이다.

피해자 개인정보에 대한 침해 우려도 제기된다.

'여성 정의를 위한 센터'는 이미 두 명의 피해 주장 여성과 함께 동의서 제출 요구가 성별에 기반한 차별이며, 데이터보호법 위반이자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내용의 이의 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와 관련, 영국 정보보호기구인 정보위원회(ICO) 대변인은 휴대전화 제출에 따른 성폭력 피해자 정보와 관련한 우려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검·경은 그러나 휴대전화 제출이 강제적인 것은 아니며, 관련 증거를 확보해 사건을 해결하는 데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무고한 남성이 억울하게 성폭력 가해자로 몰려 유죄가 선고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피해자 관련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나이절 에번스 하원의원은 지난 2017년 재판 도중 피해자라고 주장한 인물의 휴대전화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성폭력 무혐의가 드러난 리엄 앨런 사건을 예로 들면서 "정보를 건네는 것에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잘못된 기소로 인해 겪게 되는 고통에는 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