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스 전 국방장관, 트럼프 지시 묵살해 한반도·중동 위기 넘겨"

美 시사주간지 뉴요커 보도

전직 관리 "트럼프의 즉흥적 지시에 절제 대응"

“트럼프, 2017년 北 미사일 시험 후 주한미군 가족 철수 지시했지만 매티스가 묵살”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즉흥적 지시에 절제된 대처를 하고, 때론 묵살하기까지 하며 한반도나 중동 긴장 고조 위기를 넘겼다는 증언이 나왔다.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다룬 기사 ‘출정의 길에 오른 존 볼턴(John Bolton on the Warpath)’에서 매티스 전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여러 일화를 소개했다.
전직 관리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7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후 주한미군의 배우자와 자녀들을 철수시키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하지만 매티스 전 장관은 이 지시를 묵살했다.

그 해 가을엔 백악관에서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북한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군사옵션 수정 회의를 열려고 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매티스 전 장관에게 장관과 기획자들을 보내라 했지만, 매티스 전 장관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미국의 한 전직 고위 안보관리는 “우리가 많은 나쁜 일들이 일어나는 걸 막았다”고 뉴요커에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이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생각나는 대로 큰 소리로 말한다”며 “이걸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그저 긴 대화 중 일부로 받아들여야 할지 여부에 대해 우린 후자를 택했다”고 말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이 같은 일화들에 대한 뉴요커의 사실 확인 관련 답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직 관리들이 전한 매티스 전 장관의 재직 당시 행보를 보면 그와 트럼프 대통령 간 갈등의 골이 매우 깊었음을 알 수 있다. 뉴요커에 증언한 관리들은 “매티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솔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때론 대통령에게 제공되는 정보를 제한하려 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외교·군사 문제 1순위인 중동 문제에서도 매티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쳤다. 이라크 총선을 앞둔 2017년 말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이란의 선거 개입을 우려해 국방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섣부른 판단이 부를 파장을 우려한 매티스 전 장관은 이를 전면 거부했다. 맥매스터의 후임인 볼턴 보좌관은 지난해 4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화학무기 공격 이후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매티스 전 장관에게 지시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국지적 순항미사일 타격’이란 한 가지 옵션만 제시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맥매스터 전 보좌관 등과 더불어 이른바 ‘어른들의 축’으로 불렸다. 그는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결정하자 사퇴했다. 매티스 전 장관의 사퇴와 볼턴 보좌관의 임명이 맞물리면서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바른말을 할 사람이 없어졌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