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 악화 우려에 하락세 돌아선 구릿값

건설·제조업 주요 원자재로 중국 경기 가늠 바로미터
무역전쟁 우려로 급락 후 회복하다 최근 다시 하락세
한경DB
올 1분기 상승세를 타던 구리 가격이 최근 들어 다시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구리 수요의 절반 가량이 중국발(發)인 관계로 구리 가격은 중국 경기 상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최근 들어 중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언제든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재차 퍼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29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물 가격은 t당 6375달러를 기록해 2주 전 대비 2.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구리 7월물도 이날 파운드당 2.897달러를 기록해 이달 중순 고점보다 2.6%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LME Copper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미·중 간 막바지 대면 무역협상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 구릿값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리는 건설·제조업에 쓰이는 주요 원자재인 만큼 그 가격 지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건설·제조업 활동이 일어나는 중국의 경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실제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라 중국 경제에 대한 경착륙 우려가 확산되던 지난해 하반기 동안 구리 가격은 20%가량 폭락했다.

올 들어 중국 정부가 내놓은 각종 경기 부양책 덕분에 중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덩달아 상승하던 구리 가격은 이달 중순부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의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견조한 6.4%를 나타낸 것에 대해 안도감을 표했지만 중국 경기가 완전한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중 무역분쟁이 아직까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경기가 올 들어 확장세로 돌아선 것은 맞지만 그 추세가 여전히 미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4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1을 기록했다. 중국에선 기업 구매담당자 조사를 통해 발표되는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세를, 밑돌면 경기 위축세를 보이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4월 PMI가 확장세를 나타낸 것은 맞지만 전달(50.5) 대비 하락한 것으로 드러나 중국 경기가 확장세를 계속 이어나가지는 못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4월 제조업 PMI가 전달보다 떨어진 것은 중국 경기가 아직 확장 국면에 완전히 진입했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