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CJ그룹 승계 키워드는 '올리브영·우선주·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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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위한 사전정지 가속화▶마켓인사이트 4월 30일 오후 4시10분
"CJ올리브네트웍스 분할 계획은
이선호 부장 승계위한 물밑작업"
CJ그룹 3세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사진)이 처음으로 지주회사인 CJ 지분을 확보하기로 하면서 승계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그룹 계열사 가운데 이 부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키우고, 지주사인 CJ의 배당을 늘리는 방식으로 추가 승계 작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부장은 이재현 그룹 회장의 장남이다.30일 IB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CJ올리브네트웍스의 분할 계획 발표를 시작으로 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룹은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를 정보기술(IT) 법인(가칭 CJ올리브네트웍스)과 건강·미용 용품 유통체인(가칭 CJ올리브영)으로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이후 지주사인 CJ의 자기주식을 분할되는 IT 법인의 주주들에게 교부, IT 법인을 100% 자회사로 만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연말까지 이 작업을 마무리하면 이 부장은 CJ 지분 2.25%(보통주와 우선주 합계 기준)를 확보하게 된다. 그는 지난해 2조3000억원대 매출을 올린 CJ올리브네트웍스의 2대 주주(지분율 17.97%)다.
업계에서는 그룹 차원에서 분할 신설회사인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 제고 작업도 서두를 것으로 내다봤다. CJ올리브영은 인적분할하기 때문에 이 부장은 CJ올리브영 지분 17.97%를 갖게 된다. 이 부장이 유의미한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계열사다.그룹은 CJ올리브영의 글로벌 사업 강화를 목적으로 투자 유치 및 기업공개(IPO)를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2014년 CJ시스템즈와 합병 5년 만에 다시 독립하는 CJ올리브영을 더욱 키워 이 부장의 지분 가치를 극대화하거나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분할 시 전제가 된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6600억원 수준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 부장의 지분율이 높은 CJ올리브영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15년 말 이 부장과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 등에게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의 증여를 마쳤고, 그 결과 회사는 그룹 승계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지주사인 CJ가 지난해 상장 이후 처음으로 신형우선주(주당 0.15주 배당)를 배당한 이유도 이 부장의 승계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신형우선주 보유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대신 보통주보다 많은 배당금을 받을 권리를 지닌다. 발행 후 10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1990년생으로 아직 20대 후반인 이 부장이 이 신형우선주를 확보한 뒤 30대 후반에 접어들 때 보통주로 바꾸면 의결권을 강화할 수 있다.통상 주식시장에서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저렴한 편이다. 이 부장이 신형우선주를 매집하거나 부친인 이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아 승계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CJ의 최대주주인 이 회장은 신형우선주 184만여 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CJ가 적극적으로 현금·주식 배당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CJ는 최근 2년 동안 보통주 한 주당 1450원을 배당했다. 같은 수준의 배당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이 부장은 올해 현금배당으로 약 12억원을 챙길 수 있다. 현금은 지분 확대나 증여에 따른 세금 납부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
이고운/김진성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