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깜짝'성장·中지표 호전…세계경기 침체 공포 '기우'였나

미중 지표 호전되자 '침체' vs '일시 부진' 논란
신흥국 경기 불확실성 여전…유럽·日도 회복조짐 안 보여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넘어서는 수준으로 집계되고 중국 경기도 당국의 부양책에 힘입어 최악을 면한 것으로 관측되면서 지난달까지 급격히 퍼졌던 전 세계 경기침체(Recession) 우려가 과도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하지만 최근 일부 국가의 경제지표 호전은 정부의 재정을 투입한 부양책 효과에 불과할 뿐 수요 부진과 심리 악화, 지정학적 악재 등은 여전한 상태여서 안심하기 이르다는 반론도 여전해 향후 경기 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30일 각국의 발표를 보면 미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기비 연율)은 3.2%로 집계됐다.

시장 전문가들이 2.3∼2.5%로 예상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1분기 기준으로 2015년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중국이 그보다 앞서 발표한 1분기 성장률은 6.4%로 전 분기와 같았다.

역시 민간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6.3%를 넘어서면서 추가 하락을 멈춘 것이어서 시장에 안도감을 안겼다.

성장률뿐 아니라 양국의 각종 지표도 최근 호전된 모습이다.미국의 3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6% 늘어 1년 6개월 만의 최고 증가율을 보였고 무역수지도 2개월 연속으로 개선됐다.

중국의 3월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해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개월 만에 확장 구간에 진입했다.

이처럼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가 호전 기미를 보이자 그동안 글로벌 경제계와 금융시장을 뒤덮었던 '경기침체 우려'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지난해 말과 올해 1분기 말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이른바 'R(Recession)의 공포'가 급격하게 퍼졌고 그 중심에는 경제규모 세계 1, 2위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자금이 몰리면서 금리가 떨어졌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지난해 말까지 이어졌던 기준금리 인하 행진을 멈추고 올해 내내 금리를 동결하겠다고 예고했다.

악성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대출을 조이던 중국은 반대로 방향을 틀며 다시 경기 부양책을 내놓기 바빴고, 경기 악화 신호가 더 뚜렷한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는 추가 완화 움직임이 일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중국의 지표가 호전되자 연내 경기침체가 시작될 수 있다는 공포가 지나쳤고 침체 신호는 '소프트패치'(회복기에 나타나는 일시적 경기 후퇴)였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중순 실적 발표에서 "사람들은 일터로 돌아가고 있으며 기업들은 많은 자본을 가지고 있다"며 "기업 신뢰, 소비자 신뢰 모두 높은 편이고 이는 수년간 계속될 수 있다.

이것이 멈춰야만 하란 법은 없다"고 진단했다.
경기침체 공포를 부추겼던 미국 기업 실적도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보다 양호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올해 초 월가 분석가들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주당 순이익이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적 발표가 한창 진행 중인 26일 오전 추정치는 이익 증가로 돌아섰다고 CNN이 보도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기업 실적이 예상치를 뛰어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실적발표 시즌이 끝날 때 쯤이면 S&P500 이익이 2.5∼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 연준은 내달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하고 경기 동향을 지켜보는 신중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이 29일 보도한 조사 결과를 보면 세계 경제 전문가 67명은 올해 중국 경제가 6.3%(중간값)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달 조사 결과보다 0.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사회기반시설 지출이 (2016년 부양책보다) 다소 약하고 더 오래 끄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상당한 것이고 유럽으로 확산되는(spillover)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침체 공포에서 벗어나더라도 글로벌 경기 둔화 자체는 분명한 현실이며 미국과 중국만큼 다른 국가에서 별다른 호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세계 최대 경제국가인 미국은 지난해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불안했을 때도 가장 뚜렷한 경기 호조를 보인 곳이다.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추가 하락을 멈춘 것은 인프라 건설, 감세 등 각종 경기 부양책을 쓴 결과다.

에이미 좡 노르디아 마켓 수석 아시아 전략가는 블룸버그 설문에서 "중국 경제는 부양정책에 힘입어 향후 몇 달간 바닥을 찍을 것 같다"면서도 "구조적인 이유로 하향 추세는 계속될 것이며 인민은행은 풍부한 유동성을 유지하겠지만, 금리 인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구나 유럽과 일본에서는 경기 반등 조짐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이고 브렉시트, 미국과의 무역 협상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신흥국들은 국제 교역 둔화, 미국 달러 강세와 자국 통화 가치 하락, 국제 유가 변동성 등 각종 변수에 불안한 모습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9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5%에서 3.3%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최근 로이터가 전 세계 500여 명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올해 38개국에 대한 경제 성장 전망이 기존보다 낮아졌거나 그대로 유지돼 낙관론이 뚜렷하게 줄었다.캐피털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매큐언 세계경제 책임자는 "최근의 글로벌 성장 둔화는 통상 예상하는 것보다 길게 이어질 것"이라며 "중앙은행들의 비둘기 선회와 중국 부양도 세계 GDP 성장률을 현재의 더딘 속도에서 끌어올리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