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병주고 약준' 로즌스타인 부장관 내달 사퇴

상의없이 뮬러 임명해 특검 전격도입…트럼프 '직무박탈 모의'로도 갈등
최근엔 "사법방해죄 증거 불충분" 트럼프 방패막이하며 역할 끝내
로드 로즌스타인 미국 법무부 부장관이 29일(현지시간) 결국 사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법무부 2인자인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 의혹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에 대한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의 '셀프 제척' 이후 특검 수사를 지휘해왔다.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사임을 공식화했다고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그는 서한에서 자신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가치들에 헌신하고 있는 관리들로 법무부를 채우는 데 일조했다"며 "우리는 항상 미국을 가장 최우선으로 둔다"고 말했다.'미국을 위대하게'와 '미국 우선주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슬로건이기도 하다.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봉사할 기회를 줘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취임 이후 줄곧 트럼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특검 도입을 반대하던 2017년 5월 로버트 뮬러 특검을 임명 계획을 전격적으로 밝혔다.

백악관에도 공식 발표 30분 전에야 전화로 통보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이라고 강하게 반발했고, 이후에도 특검 수사와 법무부의 지휘·감독에 많은 불만을 표시해왔다.특히 지난해 9월에는 뉴욕타임스(NYT)가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경질 직후인 2017년 5월 로즌스타인 부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장관들을 부추겨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하자며 대통령의 직무 박탈 추진을 언급했다고 보도하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부통령을 포함한 행정부 각료들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불능 여부를 판단하고 승계를 진행하는 세부 절차가 담긴 조항이다.

당시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사의를 표명했다.

그 무렵 그는 트럼프 대통령 참모와의 한 모임에서 사퇴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트윗을 통해 나가고 싶지는 않다"고 밝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도 없이 종종 트윗으로 해임 통보를 한 것을 염두에 둔 언급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불법적이고 반역적"이라며 비난하면서도, 그를 해임하지는 않았다.
이후에도 로즌스타인 부장관의 사임설은 끊이지 않았고 최근에는 3월 중순까지 사퇴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들이 나오는 등 사퇴는 기정사실화되는 듯한 흐름이었다.

결국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자신이 뽑은 뮬러 특검의 수사 종결까지 지켜본 뒤 물러나는 선택을 한 셈이지만, 마지막 순간엔 트럼프 대통령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역설적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특검 수사보고서를 공개하기 전 기자회견에서 핵심 쟁점인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 로즌스타인 부장관과 상의 끝에 "혐의를 입증하기에 불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힌 것이다.

뮬러 특검이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죄임을 밝히는 것도 아니다"고 적시한 것에 대해 로즌스타인 부장관이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서, 민주당과 언론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사임 서한에서 "믿을 만한 증거는 당파적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두려움이나 편들기 없이 법을 집행한다"며 "진실은 여론조사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25일 한 공개 연설에서는 언론을 향해 "돈 버는 것만 목적인 비평가", "위협을 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린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로즌스타인 부장관의 사임은 5월 11일 자라며 '놀라운 소식'은 아니라고 보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교통부 부장관인 제프리 로즌을 후임으로 내정해 상원의 심사가 진행 중인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