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 Pick] 팔도비빔면 vs 불닭볶음면…대한민국 대표 별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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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과 오랫동안 선택 받을 수 있는 제품 개발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최근과 같은 소비자 우위 시대에는 기업들의 소통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경영 능력의 요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컨슈머 PiCK]은 기업과 소비자 간 소통의 창구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해주세요.대한민국은 라면 천국이다. 1인당 라면 소비량도 세계 최고지만 종류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다. 빨간국물, 하얀국물 라면을 비롯해 짜장라면, 볶음라면, 비빔라면, 짬뽕라면 등 종류도 많다. 최근에는 미역 등을 넣은 신제품도 쏟아진다.그중에서 팔도비빔면과 불닭볶음면은 1000원 안팎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국물 없는 라면'의 대명사로 꼽힌다. 판매량도 많은데다 뚜렷한 개성으로 오랜 기간 매니아층을 꽉 잡고 있어서다. 팔도비빔면과 불닭볶음면, 대한민국 대표 별미(別味)라면이라는 호칭은 어떤 제품에 더 어울릴까?
◆'한 여름 밤 최고의 별미' 팔도비빔면
팔도는 삼양식품과 농심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1983년 라면시장에 뛰어들었다. 첫 제품은 '팔도라면 클로렐라'였다. 엽록소가 풍부한 식물인 클로렐라를 넣어 녹색면의 색감을 살렸고, 국내에선 처음으로 라면에 액상스프를 활용했다. 액상스프는 팔도의 경쟁력이었다. 다른 라면회사들은 모두 분말스프를 썼다.삼양식품과 농심이 버티고 있는 라면시장은 만만치 않았다. 팔도라면 클로렐라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팔도는 이듬해 액상스프를 활용한 또 하나의 제품을 내놓았다. 비빔면이었다. 일반 라면으로는 두 거대 라면회사를 이기지 못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라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한다는 게 팔도의 생각이었다.
팔도가 첫 제품에 이어 두번째도 액상스프를 활용한 라면을 출시한 것은 한국야쿠르트가 보유한 발효공학과 미생물공학에 관한 그동안 쌓아왔던 기술 때문이었다. 팔도는 원래 한국야쿠르트가 1983년 라면시장에 진출하면서 만든 브랜드 이름이었다.팔도비빔면은 여름철 집에서 삶아먹던 비빔국수를 라면으로 계량한 제품이었다. 기존에 없던 차갑게 먹는 라면시장을 처음으로 열었다. 팔도는 비빔면을 출시하기 전 전국 유명한 비빔냉면과 비빔국수 맛집을 탐방해 '황금소스' 비율을 연구했다.'가정에서 즐겨먹는 비빔소면을 좀더 편리하게 먹을 수 없을까'에 대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팔도비빔면은 소면과 유사한 얇은 면발을 제품에 적용했다. 얇은 면발은 빠른 시간 안에 익어 더운 여름 불앞에 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액상소스가 골고루 붙어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팔도비빔면이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면발을 찬물에 행군 뒤 소스에 비벼먹는다는 개념이 없던 때라 뜨거운 상태에서 비벼먹거나, 일반 라면처럼 끓여먹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팔도는 조리법을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라는 CM송을 제작했다.
팔도비빔면은 지난해 연간 1억개를 판매했을 정도로 이제 국내 국물 없는 라면 시장의 대표 제품이 됐다. 최근에는 소비자가 입맛에 맞게 오이, 양파, 삼겹살, 골뱅이를 넣어 먹는 등 대표적인 '모디슈머(Modify+Consumer, 자신의 취향대로 재창조해 즐기는 소비자)' 라면으로 떠오르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가격은 편의점 낱개 기준 900원, 중량은 130g이다. 한 개는 양이 부족하고 두 개는 많다는 소비자 의견이 많아 기존 비빔면에 중량을 20% 늘린 '팔도비빔면 1.2'를 출시한 적도 있다. 또 비빔면의 소스가 인기를 끌자 지난해 비빔장만을 별도로 출시했다.
◆'매운 맛의 상징'으로 떠오른 불닭볶음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2012년 4월 출시됐다. 국내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 이후 회사를 이끌어갈만한 마땅한 히트제품이 없어 실제 회사 매각설(說)까지 나왔던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출시 이후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불닭볶음면은 2011년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이 우연히 서울 명동의 한 포차에서 팔던 매운 불닭 앞에 인파가 몰려 있는 것을 본 뒤, 불닭의 강한 매운 맛을 라면에 적용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계기가 돼 탄생했다.
이후 삼양식품 직원들은 '매운 맛, 닭, 볶음면'을 기본 아이디어로 잡고 전국의 유명한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불닭볶음면 소스 찾기에 나섰다.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을 만들던 1년 간 매운 소스 2t, 닭 1200마리가 투입될 정도였다. 여기에 세계 다양한 나라의 고추를 연구해 지금의 불닭볶음면 소스가 나왔다.
불닭볶음면은 오히려 해외에서 먼저 반응이 왔다. 영국, 미국, 동남아 등에서 '한국 라면 매운 맛 챌린지(도전)'라는 이름의 '먹방(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들이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 올라왔는데 가장 맵다고 알려진 불닭볶음면이 주로 등장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 동남아, 미주, 유럽 등 약 60개국에 수출되고 있다.매운 맛을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척도인 '스코빌지수(SHU·캡사이신 농도지수)'로 보면 불닭볶음면은 4400(SHU)이다. 신라면이 2700(SHU), 청양고추가 4000(SHU) 정도이며, 이후에 나온 핵불닭볶음면은 스코빌지수가 1만(SHU)에 달한다. 해외 유튜버들이 올린 먹방 영상을 본 국내 소비자들이 '한국인 불닭볶음면 챌린지'라는 이름의 영상을 또 다시 올리면서 2013년부터는 국내서도 본격적으로 판매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불닭볶음면이 '매운 맛 라면'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매운 맛 음식을 먹는 것이 놀이처럼 번지면서 삼양식품에서는 2017년 1월 기존 불닭볶음면 맵기의 두 배가 넘는 핵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또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얻자 '치즈불닭볶음면', '쿨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 '짜장불닭볶음면' 등 다양한 제품들로 불닭볶음면 브랜드를 키웠다.
불닭볶음면은 특유의 매운 맛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호 여부가 뚜렷하게 갈리는 제품이라는 평가가 많다. 매운 맛을 좋아하지 않거나, 매운 맛에 약한 소비자들은 거의 불닭볶음면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층이 뚜렷하고 재구매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2012년 4월 출시 이후 2017년까지 불닭브랜드 총 판매 개수는 10억1000만개 수준으로, 지난해에도 4억개가 넘는 양이 판매됐다. 가격은 편의점에서 낱개 기준 1050원으로 팔도비빔면보다 150원 비싸지만 중량은 140g으로 10g 더 많다.'국물 없는 라면'의 대명사 팔도비빔면과 불닭볶음면. 대한민국 대표 별미 라면이라는 호칭은 어떤 제품에 더 어울릴까요. <한경닷컴> 홈페이지에서 투표가 진행 중입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한 여름 밤 최고의 별미' 팔도비빔면
팔도는 삼양식품과 농심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1983년 라면시장에 뛰어들었다. 첫 제품은 '팔도라면 클로렐라'였다. 엽록소가 풍부한 식물인 클로렐라를 넣어 녹색면의 색감을 살렸고, 국내에선 처음으로 라면에 액상스프를 활용했다. 액상스프는 팔도의 경쟁력이었다. 다른 라면회사들은 모두 분말스프를 썼다.삼양식품과 농심이 버티고 있는 라면시장은 만만치 않았다. 팔도라면 클로렐라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팔도는 이듬해 액상스프를 활용한 또 하나의 제품을 내놓았다. 비빔면이었다. 일반 라면으로는 두 거대 라면회사를 이기지 못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라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한다는 게 팔도의 생각이었다.
팔도가 첫 제품에 이어 두번째도 액상스프를 활용한 라면을 출시한 것은 한국야쿠르트가 보유한 발효공학과 미생물공학에 관한 그동안 쌓아왔던 기술 때문이었다. 팔도는 원래 한국야쿠르트가 1983년 라면시장에 진출하면서 만든 브랜드 이름이었다.팔도비빔면은 여름철 집에서 삶아먹던 비빔국수를 라면으로 계량한 제품이었다. 기존에 없던 차갑게 먹는 라면시장을 처음으로 열었다. 팔도는 비빔면을 출시하기 전 전국 유명한 비빔냉면과 비빔국수 맛집을 탐방해 '황금소스' 비율을 연구했다.'가정에서 즐겨먹는 비빔소면을 좀더 편리하게 먹을 수 없을까'에 대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팔도비빔면은 소면과 유사한 얇은 면발을 제품에 적용했다. 얇은 면발은 빠른 시간 안에 익어 더운 여름 불앞에 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액상소스가 골고루 붙어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팔도비빔면이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면발을 찬물에 행군 뒤 소스에 비벼먹는다는 개념이 없던 때라 뜨거운 상태에서 비벼먹거나, 일반 라면처럼 끓여먹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팔도는 조리법을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라는 CM송을 제작했다.
팔도비빔면은 지난해 연간 1억개를 판매했을 정도로 이제 국내 국물 없는 라면 시장의 대표 제품이 됐다. 최근에는 소비자가 입맛에 맞게 오이, 양파, 삼겹살, 골뱅이를 넣어 먹는 등 대표적인 '모디슈머(Modify+Consumer, 자신의 취향대로 재창조해 즐기는 소비자)' 라면으로 떠오르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가격은 편의점 낱개 기준 900원, 중량은 130g이다. 한 개는 양이 부족하고 두 개는 많다는 소비자 의견이 많아 기존 비빔면에 중량을 20% 늘린 '팔도비빔면 1.2'를 출시한 적도 있다. 또 비빔면의 소스가 인기를 끌자 지난해 비빔장만을 별도로 출시했다.
◆'매운 맛의 상징'으로 떠오른 불닭볶음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2012년 4월 출시됐다. 국내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 이후 회사를 이끌어갈만한 마땅한 히트제품이 없어 실제 회사 매각설(說)까지 나왔던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출시 이후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불닭볶음면은 2011년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이 우연히 서울 명동의 한 포차에서 팔던 매운 불닭 앞에 인파가 몰려 있는 것을 본 뒤, 불닭의 강한 매운 맛을 라면에 적용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계기가 돼 탄생했다.
이후 삼양식품 직원들은 '매운 맛, 닭, 볶음면'을 기본 아이디어로 잡고 전국의 유명한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불닭볶음면 소스 찾기에 나섰다.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을 만들던 1년 간 매운 소스 2t, 닭 1200마리가 투입될 정도였다. 여기에 세계 다양한 나라의 고추를 연구해 지금의 불닭볶음면 소스가 나왔다.
불닭볶음면은 오히려 해외에서 먼저 반응이 왔다. 영국, 미국, 동남아 등에서 '한국 라면 매운 맛 챌린지(도전)'라는 이름의 '먹방(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들이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 올라왔는데 가장 맵다고 알려진 불닭볶음면이 주로 등장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 동남아, 미주, 유럽 등 약 60개국에 수출되고 있다.매운 맛을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척도인 '스코빌지수(SHU·캡사이신 농도지수)'로 보면 불닭볶음면은 4400(SHU)이다. 신라면이 2700(SHU), 청양고추가 4000(SHU) 정도이며, 이후에 나온 핵불닭볶음면은 스코빌지수가 1만(SHU)에 달한다. 해외 유튜버들이 올린 먹방 영상을 본 국내 소비자들이 '한국인 불닭볶음면 챌린지'라는 이름의 영상을 또 다시 올리면서 2013년부터는 국내서도 본격적으로 판매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불닭볶음면이 '매운 맛 라면'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매운 맛 음식을 먹는 것이 놀이처럼 번지면서 삼양식품에서는 2017년 1월 기존 불닭볶음면 맵기의 두 배가 넘는 핵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또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얻자 '치즈불닭볶음면', '쿨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 '짜장불닭볶음면' 등 다양한 제품들로 불닭볶음면 브랜드를 키웠다.
불닭볶음면은 특유의 매운 맛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호 여부가 뚜렷하게 갈리는 제품이라는 평가가 많다. 매운 맛을 좋아하지 않거나, 매운 맛에 약한 소비자들은 거의 불닭볶음면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층이 뚜렷하고 재구매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2012년 4월 출시 이후 2017년까지 불닭브랜드 총 판매 개수는 10억1000만개 수준으로, 지난해에도 4억개가 넘는 양이 판매됐다. 가격은 편의점에서 낱개 기준 1050원으로 팔도비빔면보다 150원 비싸지만 중량은 140g으로 10g 더 많다.'국물 없는 라면'의 대명사 팔도비빔면과 불닭볶음면. 대한민국 대표 별미 라면이라는 호칭은 어떤 제품에 더 어울릴까요. <한경닷컴> 홈페이지에서 투표가 진행 중입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